거장(巨匠)의 음악을 음반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듣는다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계가 본격적인 비수기로 접어드는 여름 휴가철. 국내외 음악계 거장들의 화려한 무대가 잇따라 펼쳐져 마니아들을 고민하게 한다. 공연장에 가자니 바다가 생각나고 산과 바다로 떠나자니 다시 못 들을 음악이 귀에 생생하고, 이래저래 음악 팬들은 신열을 앓는다.

공연계가 내놓는 야심찬 무대 2편을 소개한다. 그대는 어떤 선택을 하려는가.

▦ 에디 히긴스 내한공연

‘재즈 피아노의 거장’ 에디 히긴스가 8월 8일과 9일 이틀간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50년이 넘는 연주 인생을 자랑하는 관록의 무대다. 그는 지금까지 14개의 앨범을 발표하며, 세계 최대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재즈 잡지 ‘스윙 저널’로부터 여덟 차례나 골드디스크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히긴스의 인기는 꾸준하다. 지난해 발표한 ‘이프 드림 컴 트루’(If Dream Come True)까지 5장의 앨범이 국내 라이선스 발매됐고, 1만 5,000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1950년대 미국 시카고의 전설적인 재즈 클럽 ‘런던 하우스’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에디 히긴스는 클럽에서 오스카 피터슨, 스탄 게츠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했다.

이제 74세의 고령이지만, 어떤 유형의 음악이든 유연하고 아름답게 해석해 내며 정통 재즈의 매력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공연에서 히긴스는 베이시스트 폴 컬러와 드러머 에디 메츠 주니어, 알토 색소폰 연주자 에릭 앨리슨 및 색소폰 연주자 태드 셜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편안한 스탠더드 재즈 연주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예정이다. (02) 2049-4700

▦ 아시아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창단한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6년간의 침묵을 깨고 부활한다. 8월 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잇따라 연다.

아시아필하모닉은 정명훈이 아시아의 이름을 건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1997년 창단한 오케스트라.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아 휘청거렸던 1998년엔 ‘조국을 위하여-달러 모으기 특별음악회’를 열었는가 하면, 99년 12월 마지막 날에서 2000년 1월 첫날로 이어진 ‘새천년 맞이 밀레니엄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로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그동안 재정적인 이유로 활동이 중단됐었다.

그러한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문화도시’로 도약을 꾀하는 인천을 본거지 삼아 새롭게 비상한다. 인천시가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육성하기 위해 기획한 '인천&아츠'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선보인다.

이번 창단 10주년 공연에는 시카고 심포니, 뉴욕 필하모닉, 뮌헨 필하모닉, 도쿄 필하모닉, NHK 심포니 등 31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 연주자들 및 정상급 단원들이 대거 참여한다. 멤버 가운데 약 50%은 한국인이다.

시카고 심포니 악장 로버트 첸(바이올린ㆍ대만), 뉴욕 필하모닉 부수석 하이 예니(첼로ㆍ중국), 시애틀 심포니 수석 야마모토 고이치로(트롬본ㆍ일본), 뮌헨 필하모닉 단원 젠 후(바이올린ㆍ중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단원 김금모(바이올린ㆍ한국) 등이 대표적인 연주자들이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과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교향 무곡, 라벨의 ‘라 발스’ 등을 풍성한 화음으로 선사한다. (02) 3446-0642, (032) 420-2020~2.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