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연산

무더운 여름에 산을 찾는 건 어쩌면 고행이다. 뜨겁게 이글거리는 햇살, 무거운 배낭,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 하지만 물보라 일으키는 폭포들이 즐비한 계곡을 곁들인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포항의 내연산(內延山·710m)은 계곡미가 빼어난 내연골(청하골)을 품고 있어 여름날 계곡 산행 대상지로 아주 인기가 있다. 관음폭, 연산폭, 상생폭, 잠룡폭 등 12폭포와 크고 작은 소(沼)와 담(潭), 그리고 기화대, 선일대, 학소대 같은 기암절벽은 옥빛 청류와 어우러져 천하의 절경을 이룬다.

보경사~향로봉~내연골 회귀코스 6~7시간 소요

산행은 보경사(寶鏡寺)에서 시작한다. 산길은 내연골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이어진다. 여름이라면 당장이라도 첨벙거리며 물로 뛰어들고 싶은 옥빛 명경지수다.

넓고 평탄한 길을 20분쯤 오르면 문수암 올라가는 갈림길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이 길로 올라야지 문수암~내연산~향로봉으로 이어지는 주릉을 밟을 수 있다. 조금 가파른 산길을 10분쯤 오르면 문득 문수암이 눈앞에 나타난다. 왼쪽 발치로는 내연골이 까마득하다.

보경사를 출발한 지 40여 분 만에 문수봉(文殊峰·622m) 정상에 도착한다. 문수산에서 내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굴참나무 빼곡한 산길. 수리더미 갈림길, 조피등 갈림길, 거무나리 갈림길을 연달아 지난다. 이런 샛길들을 타면 내연골로 바로 내려설 수 있으나, 내연산은 주릉으로 난 산길을 제외하고는 길이 험한 편이라 경험이 많지 않은 등산객이라면 가지 않는 게 좋다.

문수봉에서 50여 분 정도 걸으면 내연산 정상이다. 문수봉·향로봉·동대산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산줄기가 이곳에서 뻗어나가기 때문에 내연산을 삼지봉이라고도 한다. 내연산은 주요한 세 갈래의 정점으로서 전체 산세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비록 최정상 자리는 220m 높은 향로봉에게 양보했지만 자신은 주봉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내연산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부드럽다. 도중에 만나는 두어 개의 봉우리를 오르는 길은 어린이도 충분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다.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에돌아가는 안전한 우회로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봉우리 정상을 들른다 해도 시간 차이는 그리 크게 나지 않는다.

향로봉(香爐峰·930m) 정상은 내연산의 최고봉답게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바다가 있는 동쪽으론 파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륙 쪽도 뒤지지 않는다. 주왕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산줄기가 파도치듯 일렁인다.

향로봉 정상에서 시명리로 이어지는 고메이등 하산길은 경사가 제법 심하다. 가파른 길을 40분 정도 내려서다가 향로봉에서 흐르는 작은 지류를 건너면 ‘향로봉 1.7km, 보경사 6.2km, 삼거리 2.4km'를 알리는 팻말이 서있는 시명리. 이곳부터 산길은 완만해진다. 여기서 폭포가 아름다운 내연골을 구경하며 보경사로 가려면 왼쪽 길로 가야 한다.

관음폭과 연산폭은 내연골의 백미

시명리에서 보경사까지의 6km가 넘는 계곡 길은 계류를 첨벙거리며 내려가면 좋다. 두어 개의 너덜지대를 스쳐 미결등 갈림길을 지나면 산길은 계곡에 바싹 붙어 이어진다. 미결등 갈림길을 지난 지 5분만에 내연계곡을 건넌다. 시명리에서 보경사까지 이어지는 계곡길은 모두 4번이나 계곡을 횡단하는데, 폭우가 내린다면 계곡 코스는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

여성의 상징을 닮아 음폭이라고도 불리는 은폭을 지난 지 10분 만에 다시 계류를 건너고 우척봉 갈림길을 지나면 문득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관음폭과 연산폭이다.

까마득한 암벽인 학소대와 비하대 사이의 바위를 휘감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진 연산폭 물줄기가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관음폭을 더듬고 감로담으로 흘러내리는 광경은 내연골 비경의 핵심이다. 세상을 등진 도사가 머물렀을 듯한 큼직한 굴이 뚫린 바위벽 틈새로 두 갈래 물줄기를 쏟아내는 관음폭은 조물주의 솜씨를 찬탄케 하는 명품.

무풍폭을 지나면 힘차게 물줄기를 떨어뜨리는 잠룡폭이다. 용이 숨어있을 듯한 풍치를 자랑하는 이곳은 남부군 영화의 목욕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옥빛 폭포수가 쏟아지는 삼보폭과 보현폭을 멀리서 바라보면 드디어 상생폭. 폭포 왼쪽에 솟은 바위 벼랑은 옛날 기녀가 풍류객과 노닐던 기화대요, 낙타등처럼 생긴 바위 턱에서 흘러내린 두 줄기 폭포수가 몸을 담그는 못은 그 기녀가 술에 취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소에 빠져 죽었다는 기화담이다. 상생폭을 지나 느긋이 거닐며 계곡을 거의 벗어날 무렵 보경사가 보인다.

산행정보 내연산 종주는 보경사~문수암~문수봉~내연산~향로봉~고메이등~시명리~내연골~보경사 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휴식, 식사시간까지 합쳐 7시간 정도 걸린다. 가족 여행객이라면 산행보다는 내연골 백미를 감상할 수 있는 보경사~연산폭포(2.7km) 계곡 코스만 이용하는 게 좋다. 왕복 1시간30분 소요.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주차료 2,000원. 보경사 종무소 전화 (054) 262-1117

교통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도동분기점→ 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 나들목→ 7번 국도→ 송라→ 보경사. △포항종합버스터미널에서 좌석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15회(06:00~18:20) 운행. 1시간 소요.

숙식 보경사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연산온천파크(054-262-5200)는 온천사우나와 숙소를 함께 갖추고 있다. 작은방은 5만~7만원(사우나 이용권 2장 포함), 큰방은 8만~10만원(사우나 이용권 4장 포함). 이외에도 삼지봉식당(054-261-6679), 영일식당(054-262-1130), 천령산가든(054-261-4330) 등 민박을 겸하는 음식점이 많다.

별미 보경사 입구엔 우리 밀을 재료로 하여 손으로 빚은 손칼국수(4,000원)를 차리는 식당이 많다. 할머니들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 칼국수를 만드는 광경은 정겹다. 춘원식당(054-262-1170)의 손칼국수가 맛있다.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