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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이 본 지구촌] 미국서 내집 마련하기 外


“미국에서는 혼자 벌어 집장만은커녕 할부 자동차값 상환하기도 힘들다."

이곳에 이민온 지 오래된 친구의 넋두리였다. 나는 처음엔 엄살로 여겼지만 집을 구입하러 나서면서 그것이 냉혹한 현실임을 실감했다. 사연은 이렇다.

큰맘 먹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나는 대출을 신청하러 갔다. 어디 미국에서 제 돈 다 내고 집을 살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것봐라. 개인신용도는 높지만 거래실적이 없다고 문전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수차례. 용케 그 문제를 해결한 후, 이번엔 팔려고 내놓은 집들을 보러갔다.

하지만 또 산 넘어 산. 매물은 제법 많은데 내 형편에 작은 콘도 하나 장만하는 것조차 벅찬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4~5마일 떨어진 곳에 콘도가 매물로 나왔다기에 가봤는데 또 나를 놀라게 했다. 가격은 그렇다치고 집 구조가 희한했다. 차고는 넓지만 집 내부 식당이 거실 겸용이라니…. 아니, 이 집에서는 거실에 앉아 있으면 어디서 음식이 저절로 나오나.

실망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소개업자 왈, 좋은 학교 주변의 콘도는 다 이렇다나. 더구나 우리 같이 미국에서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게는 대출 조건도 아주 불리하다고 기를 팍 죽인다.

그뿐이면 다행이게. 집을 장만하면 일 년에 주택 보유세가 1%씩 나오고 주택보험(수리 및 도난 사고 대비)도 반드시 들어야 하고, 그리고 2년 이내에 팔 경우는 세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그러니 집 사기도 힘들지만 구입하고 난 후 그에 따른 매달 지출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없는 곳이 바로 미국인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지금 리스로 살고 있는 아파트는 8개월마다 임대료를 재조정하도록 되어 있어 가스요금처럼 계속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돈이 아까웠다. 이도 저도 다 마땅찮아 고민을 거듭하다 나는 득실을 계산해본 결과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날부터 매물을 보고 또 보고, 또 가보고. 실망하고, 포기하고, 인터넷을 들여다 보고 다른 곳을 또 방문하고. 그러기를 수십 번. 드디어 마음에 드는 집을 골랐다. 이제는 조건부 날인증서(escrow, 부동산 양도증서를 제3자에게 교부하면서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만 상대방에게 인도하라고 규정한 증서) 단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8월에는 내 이름으로 된 집이 미국 땅에 생기게 된다. 자금 사정상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집을 매입하는 게 약간은 성에 안 차지만 그래도 마이홈이 어디야.

특이한 것은 미국의 부동산 매매가격 결정과 계약 성사 과정이다. 한국과는 다르다. 매물로 나온 집을 한 번 볼 수 있는지 부동산 중개인(브로커)에게 묻고 방문한 후엔 자신이 사고 싶은 가격을 적어 중개인에게 보낸다. 이때 중개인은 자신이 판단해 흥정이 되겠다 싶으면 수용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개인은 그것을 거부한다. 물론 나도 그런 거부를 여러 번 당했다.

그러다가 나와 중개인이 적당한 가격에 흥정이 성사되면 계약금과 계약서류에 사인을 하고 대출받을 금융기관도 정해 매도자에게 보낸다. 그것을 매도자가 수락하면 매도자가 원하는 제 3의 기관에 조건부 날인증서를 보내고 파는 날짜를 지정하게 된다. 이때부터 매수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필요한 서류 보낸 후, 하자를 점검하러 그 집을 방문하면 된다.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수리를 요구하게 된다. 매도자는 이때 1년짜리 보험을 들어 준다. 매수 후 1년 안에 생기는 하자는 보험으로 처리한다. 이사 날짜가 정해지면 그 전에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 배달장소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면 정한 날짜부터 모든 우편물이 이사한 곳으로 온다.

나는 이 모든 절차를 끝냈다. 이국 땅에서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제 8월에 이사할 꿈에 부풀어 있다.

옥영숙 통신원(미국 캘리포니아 거주)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 '서비스'

올해 3월 처음으로 뉴욕에 여행갔을 때는 추워서 무척 고생했다. 푹푹 찌는 텍사스 날씨에 길들여져 있다가 눈이 내리는 뉴욕에 갔으니 몸이 오죽 놀랐으랴. 지리가 낯선 데다 길도 미끄러워 헤매다가 돌아온 기억밖에는 없다. 그런데 마침 또 기회가 와서 이번엔 ‘뉴욕의 여름’을 즐기기 위해 그곳을 다시 찾았다. 이건 딴 판이었다.

우선 날씨가 텍사스와 비슷해 지내기가 좋았다. 또 내가 뉴욕을 간다고 하니, 오스틴에 사는 친구들은 어느 식당의 무슨 음식이 맛있고, 어디에 가서는 그것만은 꼭 먹어야 한다는 등 추천을 듬뿍해 입마저 즐거웠다.

“텍사스 촌놈들은 저렇게 먹는 것만 밝히냐" 하겠지만 제대로 된 맛있는 음식이 거의 없는 오스틴에서 수 년을 살다 보니 뉴욕 같은 대도시로의 맛여행은 ‘시골쥐’의 서울여행과 같은 설렘이 있는 것이다.

기대감에 들떠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추천 1위 맛집인 맨하탄의 설렁탕집에 갔다. 뼈를 푹 고은 육수랑, 수육, 깎두기 맛은 예전 고국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였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이렇게 맛있는 것 매일 먹을 수 있으니 말이야" 라고 속으로 부러워하면서 정말로 행복하게 먹었다.

그러나 문을 나서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왜냐구?

음식은 맛있고 실내인테리어도 한국풍으로 맘에 들었지만 서빙하는 웨이터들의 서비스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갖다주면서 손님 앞에서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하지 않나, 한 살이 채 안 된 친구의 어린애 앞에다 펄펄 끓는 설렁탕 국물을 ‘탁’ 놓고 가지를 않나, 바 넘어 주방 안에서는 직원들이 침을 뱉기까지 했다.

서비스업종 종사자로서 프로 의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뉴욕이란 데가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그 한식 설렁탕집만 그런 것인지···. 시골쥐가 겉 다르고 속 다른 ‘도시쥐’의 이중성을 본 것이었다.

이것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시골쥐만의 생각일까. 다른 사람들이야 음식 맛이 좋고 배만 부르면 최고라고 하겠지만, 손님을 무시하는 그런 오만한 꼴을 보고 나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이라도 다시는 뒤돌아보기 싫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 음식이 맛과 영양은 뛰어난 데도 일식이나 중식처럼 세계화되지 못한 것은 바로 ‘프로 서비스 정신’ 결여가 아닐까.

3월엔 추위로 고생했고 7월엔 한식당의 오만한 서비스에 실망한 시골쥐의 뉴욕 감상기다.

조선주 통신원 (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 재학)



입력시간 : 2006/08/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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