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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얼간이, 루저 그리고 아웃사이더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 '로드 아일랜드'. 아름다운 풍광의 항구도시 뉴포트와 18세기 식민지 시대풍의 고급 맨션이 즐비한 베니피트 스트리트가 유명한 이 주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영화 '트루 라이즈'를, 스티븐 스필버그는 '아미스타드' 를 촬영한 바 있다.

그런데 유독 로드 아일랜드를 사랑하는 영화감독이 있는데, 바로 화장실 유머의 코미디 영화로 유명한 패럴리 형제다.

피터 패럴리바비 패럴리 형제는 그들의 할리우드 입성작 '덤 앤 더머'와 로맨틱 코미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로드 아일랜드에서 촬영했다.

왜 하필 로드 아일랜드일까? 바로 이곳이 패럴리 형제가 태어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피터 패럴리는 로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 '아웃사이드 프로비던스(로드 아일랜드의 주도)'에서 성장통을 경험하는 한 청년의 삶을 그리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패럴리 형제가 애착을 갖는 것은 고향 로드 아일랜드뿐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화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독특한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다.

장애인이나 흑인, 뚱보를 희화화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들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까발리거나 멀쩡한 백인을 얼간이로 둔갑시키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천재로 묘사해 미국 중산층의 보수적인 가치관들을 비꼬곤 한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네 번째 영화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에서도 패럴리 형제의 이러한 가치전복적 유머를 집약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백인 아버지와 세 명의 흑인 아들. 기본 설정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로드 아일랜드의 경관 찰리(짐 케리)는 소심하고 주변머리 없는 인간이다.

오죽했으면 결혼 첫날 그의 부인이 난장이 흑인 벨보이와 눈이 맞아 세 쌍둥이 흑인을 낳았을까. 찰리는 흑인 세 쌍둥이를 친아들처럼 키우지만 그 사이 아내는 난쟁이 벨보이를 따라 집을 나간다. 오쟁이를 진 남편치곤 속도 좋은 찰리. 졸지에 홀아비가 됐지만 고도 비만자가 된 흑인 세 쌍둥이가 기대 이상으로 천재로 성장하면서 이혼의 아픔을 극복한다.

하지만 세상은 소심한 얼간이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사사건건 주변인들에게 무시당하고 구박받는 찰리는 결국 인내심이 폭발해 정신분열증을 겪는다. 그 결과 찰리의 억압된 자아는 분열된 또 다른 자아 헹크를 만들게 되고 헹크는 소심한 찰리를 억누르며 광폭한 성격을 드러낸다.

그러는 가운데 찰리는 교통법규 위반으로 체포된 아이린(르네 젤 위거)이라는 여성을 뉴욕까지 인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긴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아이린은 범죄사건에 연루된 동료에 의해 무고하게 잡혀온 것. 아이린과 찰리, 그리고 또 다른 자아 헹크는 아이린을 죽이려는 범죄조직을 피해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는 패럴리 형제들 특유의 화장실 유머와 짐 케리만의 오버 표정 연기와 판토마임으로 뒤범벅돼 있다. 물론 패럴리 형제들이 자주 애용하는 토사물과 배설물, 생식기에 대한 거북스러운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 혐오의 대상은 이런 것이 아니다.

장애인과 흑인, 난쟁이나 뚱보와 같이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해서 백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이중성이 진정 혐오의 대상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에 대한 차별은 사회적으로 금지하면서 현실에서는 차별을 공공연하게 하는 백인들을 비꼬려는 의도로 영화 속에서 패럴리 형제는 장애인이나 흑인, 난쟁이를 백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묘사한다.

찰리가 흑인 난쟁이 벨보이에게 부인을 뺏기고 종족 번식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설정은 단순한 농담 이상이다. 또한 장애인 우선 주차지역에서 찰리가 난동을 부리는 모습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사실 허울좋은 명분뿐이라는 것을 비웃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패럴리 형제의 영화를 싸구려 화장실 유머 영화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들은 마이너리티와 사회적 루저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영화 속에서 그들만의 연대의식을 보여준다. 이는 로드 아일랜드라는 소심한 마을에서 미국의 아웃사이더로 자라온 형제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그들만의 영화 철학이자 작가 의식이다.

하지만 이미 몇 편의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대표 코미디 영화감독인 이들은 이제 더이상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아웃사이드 프로비던스'의 주인공들은 이미 '인사이드 할리우드'가 되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들의 노골적인 공격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건 아닌지 주류가 된 마이너리티들의 행보가 사뭇 궁금하다.



입력시간 : 2006/08/03 16:30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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