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의 연꽃

드라마 ‘서동요’의 영향으로 갑자기 인기 관광지가 된 부여. 하지만 서동요 세트장만 보고 돌아선다면 부여 최고의 볼거리를 놓치게 된다. 지금 부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다름 아닌 연꽃이다. 백제 시대 연못인 궁남지 주변에 연꽃이 만발했다. 다양한 종류의 연꽃들을 감상하고 수차(水車)도 직접 밟아볼 수 있는 궁남지의 향기로움을 직접 체험해 보자.

백제 시대 때 축조된 궁남지

궁남지는 궁궐의 정남쪽에 위치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으로 서기 634년경에 축조된 것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무왕 때 3월에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 주변의 사방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본떴다”고 되어 있다. 섬 한가운데는 포룡정이라는 정자를 세웠으며 연못 가장자리에서 포룡정에 이르는 나무다리를 놓아 보기에 더욱 운치 있다.

백제는 이미 한성 시대 때부터 왕궁 주변에 연못을 만드는 전통이 있었다. 웅진 시대의 왕궁이었던 공주의 공산성 안에도 당시에 판 것으로 보이는 왕궁지가 발굴된 바 있다. 궁남지는 현재 1만 평 정도 규모인데 기록에 의하면 뱃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넓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넓은 산책로가 있고, 버드나무 고목들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10만 평에 백련·가시연 등 장관

지난 7월 말에 궁남지에서 연꽃축제가 열렸지만 장마 때문인지 축제 때는 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오히려 장마가 끝난 후 꽃들이 일제히 피기 시작했다.

궁남지 연꽃의 매력은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볼 수 있고, 또한 연꽃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궁남지를 정 중앙에 두고 빙 둘러가며 연꽃으로 가득한 연못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전체 면적은 10만 평에 이른다. 하나의 커다란 연못이 아니라 연꽃 종류별로 크고 작은 연못들로 나뉘어 있는데 그 사이사이로 산책로가 마련돼 꽃을 바로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궁남지에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홍련은 물론 백련, 가시연, 개연, 노랑어리연, 수련, 물양귀비, 부레옥잠 같은 다양한 연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지금 한창 꽃을 피운 벌개미취를 비롯한 여러 야생화들도 넓은 공간에 펼쳐져 볼만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시연이다. 꽃대는 물론 커다란 잎사귀에도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다. 또 꽃대가 주로 잎을 뚫고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더 인상적이다. 가시연은 우리나라 토종으로 원래 늪지에 잘 자란다.

연꽃을 보려면 아침 일찍 찾아가야 한다. 특성상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꽃봉오리를 오므리기 때문. 오후에 가면 연꽃 봉오리만 보고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오전 10시 전에 도착해야 하며, 생생한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면 해 뜨기 전이 좋다.

수차 밟기·탁본 등 색다른 즐거움

궁남지에서는 수로의 물을 논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수차를 직접 밟아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물레방아처럼 생긴 수차는 계단처럼 생긴 발판을 하나씩 밟으면서 물을 퍼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어른, 아이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좀 힘겨울 수 있으므로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다.

이밖에 충남종합관광안내소를 찾으면 백제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한번 들러볼 만하다.

부여의 옛 절터에서 출토된 백제시대 전돌을 모아보니 문양이 여덟 가지라 해서 백제8문양이라고 하는데 이 문양을 종이에 옮기는 탁본체험을 할 수 있다. 산경치 무늬, 연꽃 무늬, 봉황무늬, 연꽃도깨비 무늬 등 여덟 가지 문양 중에 원하는 것을 골라 탁본을 하면 된다. 백제 의상 입어보기 체험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다. 사비 시대의 왕, 왕비, 태자, 공주, 장군 등이 입었던 복식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만들었다.

백제인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토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백제 토기 만들기 체험은 부여읍 가증리의 백제요, 내산면 묘원리의 선도예 등지에서 할 수 있다. 관광안내소에 가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정보

*궁남지 : 연꽃 감상은 종류에 따라 8월 말이나 9월 초까지 가능하다. 연꽃 외에 수차 돌리기, 야생화 감상, 연못 산책 등을 즐길 수 있다. 사적지관리사무소 (041) 830-2512.

*백제 문화 체험 : 충남종합관광안내소에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소산성 입구에 넓은 관광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충남종합관광안내소도 이곳에 있다. 충남종합관광안내소 (041) 830-2523.

*교통정보 : 경부고속도로 천안 분기점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로 갈아탄 다음 서논산 나들목으로 나간다. 4번 국도를 따라 가면 부여읍에 이르고 부소산성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궁남지는 부소산성 주차장에서 우회전해서 나간 뒤 첫 신호등에서 좌회전, 계속 직진하면 나타난다.




글·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