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일 비알레'

보통 스파게티 하면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나 크림이 듬뿍 들어간 ‘까르보나라’를 떠올린다. 그리고 조금 담백한 맛을 원한다면 올리브유 베이스의 ‘봉골레’ 정도. 조금 이색적으로 나가면 오징어 먹물 소스 스파게티도 있다. 그럼 거기까지만? 그 다음은 없을까 궁금할 만도 하다.

서울 청담동의 스파게티 & 피자 전문점 ‘일 비알레’는 독특한 스파게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고등어 스파게티와 야채 스파게티.

메뉴판에 고등어 스파게티(spaghetti with mackerel)의 이름은 ‘절망 스파게티’로 적혀 있다. 절망은 다름아닌 ‘절망스럽다’는 그 단어로 이탈리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일화에서 유래한다. 이별을 앞둔 연인이 헤어지기에 앞서 같이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맛이 어찌나 좋았는지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만 했다’고 이름 붙여진 것.

고등어 스파게티는 면발에 으깬 고등어가 무쳐져 있고 면발 위에도 고등어 토막이 얹혀진다. 양파나 샐러리 등 다진 야채를 팬에서 볶다가 오븐에 구운 고등어 토막을 놓고 살짝 으깨주는 것이 1단계 조리 과정. 마지막에는 고등어 2조각을 얹어 놓으면 이 음식이 고등어 스파게티임을 말해 준다.

언뜻 고등어 스파게티라면 비린내가 날까 걱정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올리브오일에 볶은 데다 약한 간장에 절여서 그런지 짭짤한 듯 담백 고소하다.

채식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야채 스파게티는 ‘지아르다니에라’로 불린다. 으레 들어가기 마련인 육류나 해물을 전혀 넣지 않고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그릇 가득 야채의 풍미가 새어나오는 듯하다. 소스는 토마토 소스를 그리 진하지 않게 사용해 익숙한 입맛에 맞췄으면서도 야채 내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했다. 때문에 다이어트로 칼로리 걱정을 하는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로 자리잡았다.

이 집에서 스파게티를 먹기 전에는 전채요리로 보통 ‘시푸드 마리네’를 시킨다. 홍합과 가리비살, 광어살, 새우 등이 약간의 야채와 함께 나오는데 양이 알차 보인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해물의 질감이 신선하고 살이 통통하게 느껴진다. 이유는 해물을 테이블에 내오기 직전 삶은 까닭이다. 미리 삶아 놓아 색이 바래지거나 질감이 퍼석한 인상을 주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와인 한 잔을 곁들이려고 주변 테이블을 보면 각자 와인 3잔씩을 놓고 마시고 있는 것도 이 집만의 모습이다. ‘플라이트 세트(Flight Set)’라고 쇳대에 와인 3잔을 한꺼번에 서비스하는 독특한 서빙 방식. 여러 와인을 동시에 맛보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도입한 것인데 와인 1병을 시켜 마시는 것에 비해 비싸지 않은 편이다.

‘길’이라는 뜻의 ‘일 비알레’는 실내도 길처럼 보이도록 꾸며놨다. 원래 실내 공간이 길다란 구조인 데다 바닥에 타일을 깔아 놨고 벽면에 노천카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일부러 ‘이탈리아 도시의 길’ 분위기를 낸다. 테이블 위의 조명도 가로등으로 장식했다.

리조또나 스파게티가 제법 뜨거운 편인데 장명신 조리장의 ‘음식은 뜨거워야 제맛’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리조또도 주문을 받고서야 밥을 짓기 시작해 만들고 스파게티도 쉽게 식지 않도록 가운데가 움푹 파인 접시에 나온다.

메뉴 스파게티는 1만1,000원부터, 피자는 1만6,000원부터. 점심 세트메뉴는 1만8,000원부터.

찾아가는 길 압구정동 디자이너클럽 건너편 송월타올 거리 초입 좌측. (02) 3448-0874




글·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