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가야문화 탐방

TV에서 요즘 시대극이 전성시대다. 몇 해 전 고려 건국을 배경으로 한 ‘태조 왕건’이 인기를 끌더니 그 후 백제를 노래한 ‘서동요’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고구려를 중심 무대로 삼은 ‘주몽’과 ‘연개소문’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잊혀진 고대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면에 생생하게 되살려 내는 것이 몹시 흥미롭다. 가야의 터전이었던 김해를 답사하면서 머지않아 가야의 숨은 역사 또한 TV를 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에 비해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풍부한 문화유산들을 보면 가야 역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임에 틀림없다. 시간여행을 떠나 가야 문화의 숨결을 느껴보자.

도심에 남은 가야 유적들

가야는 1세기부터 6세기경까지 낙동강 하류 지역에 포진해 있던 고대 국가다. 하지만 고구려나 백제, 신라와 같이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한 중앙집권 국가가 아닌 각 지역의 소국들로 이뤄진 연맹체였다.

김해에 터를 닦은 금관가야, 고령의 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함창의 고령가야, 성주의 성산가야, 고성의 소가야 등 6가야 외에도 연맹체에 속한 작은 나라들이 더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김해의 금관가야는 전기 가야시대의 중심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여섯 개의 알 가운데 가장 먼저 태어난 것이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이며, 나머지 5명이 다섯 가야를 만들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 설화의 배경인 된 구지봉, 거대한 패총이 있던 봉황동 유적, 여러 왕과 지배자들의 무덤들이 있는 대성동고분 등 김해에는 가야 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유적들이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봉분을 높게 쓴 수로왕릉은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왕릉 옆으로 수로왕을 모신 숭선전과 이후 왕들을 모신 사당이 차례로 자리한다.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숭선전 제례를 올리는데 이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만큼 유서 깊은 의식이다.

왕릉 옆으로 고목들이 우거진 숲이 있어 고즈넉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수령을 짐작하기 어려운 버드나무 고목들이 깊은 그늘을 드리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시대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가야 문화 간직한 김해박물관

수로왕릉을 보았다면 다음 순서는 왕비릉과 구지봉에 오를 차례. 왕비 허황옥은 인도의 공주였는데 어느 날 배를 타고 김해 앞바다에 도착했다고 한다. 바람과 풍랑을 잠재우기 위해 배에 파사석탑을 싣고 왔다고 하는데 왕비릉 입구에 지금도 파사석탑이 서 있다. 왕릉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무덤 뒤로 산자락이 펼쳐지고 주위를 돌담이 감싸고 있어 보기에 훨씬 정감 있다.

왕비릉에서 언덕길을 따라 올라 5분만 가면 구지봉에 이른다. 황금알이 내려와 수로왕이 탄생했다는 현장이 바로 구지봉이다. 거북이 머리 모양을 닮아 구수봉이라 칭했던 것이 변해 구지봉이 되었다.

가야는 철의 왕국이라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철기 제품을 만들어냈다. 김해박물관을 방문하면 철기와 토기 등 다양한 가야의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백제와 신라, 왜에 영향을 끼친 화려한 가야의 유물들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야트막한 언덕 같은 느낌의 대성동고분은 1~5세기에 걸친 지배집단의 무덤 자리로 고인돌, 널무덤, 덧널무덤, 굴식돌방무덤 등 여러 형식의 무덤이 발견되었다. 구릉 주변의 평지에는 초기 무덤이 밀집돼 있고, 정상부에는 4~5세기의 무덤이 발굴되었다. 무덤에서 토기와 철기, 목류, 중국제 거울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됐다. 이 유물들을 모아 바로 옆에 자리한 고분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 봉화동 유적, 김해박물관 탁본체험, 한옥체험관.

*가야 유적 탐방 코스 : 수로왕릉에서 시작해 봉황동 유적, 대성동고분박물관, 김해박물관, 수로왕비릉을 둘러보는 것이 기본 코스이다. 여기에 가야 때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은하사와 초선대마애불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김해박물관에서는 문화해설사의 자세한 해설을 통해 가야 문화의 우수성과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김해박물관 (055) 325-9332

*한옥체험 : 수로왕릉 바로 옆에 한옥체험관이 9월 초 새롭게 문을 연다. 김해시에서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한 전통숙소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방마다 TV와 냉장고, 현대적인 욕실을 갖춰 이용에 편리하다.

*찾아가기 :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저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동김해IC로 나간 뒤 14번 국도로 김해 시내로 진입하면 수로왕릉, 김해박물관, 왕비릉 등이 차례로 나온다. 김해관광안내소 (055) 338-1330

가야문화축전

*날짜: 9월 22일~10월 3일(12일간)

*장소: 수릉원 특설무대, 수로왕릉, 고분박물관 뜰, 한옥체험관, 대성동고분군, 대성동 야외마당, 구지로, 가야의 거리 등 주요 유적지와 도심의 거리가 무대로 변신한다.

*볼거리: 테마공연 '제4의 제국', 현악기 공연 '현의 길', 마당극 '여의와 황세' 등 다양한 무대 행사가 펼쳐진다. 이밖에 국제결혼한마당, 중요무형문화재 초청공연, 세계 각국 민속공연, 프린지 페스티벌, 퓨전 난장콘서트 등도 열린다. 박물관의 특별 기획전, 가야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가야문화체험촌, 가야철기공방, 토기공방, 순장체험, 탁본체험, 가야 의상 및 무사체험, 발굴체험, 세계문화체험촌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행사도 풍성하다. 가야세계문화축전 준비위 (055) 330-6481 www.gayafestival.com




글·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