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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높은 산 바위틈의 분홍 진객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사뭇 달라진 계절의 느낌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봄이면 봄, 가을이면 가을, 언제나 아주 무르익은 시기가 되었을 때 비로소 충만하게 그 계절을 느끼면서 감동하곤 했는데 올해는 왠지 좀 다르다.

아직은 설익은 가을, 이즈음이 절절하게 몸으로 마음으로 와닿는다. 하루하루의 변화가 이토록 섬세하게 느껴진 때가 또 언제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한없이 맑아지고 있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더 없이 슬프게 아름다운 초가을이다.

저마다 사연을 안은 채 지금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식물은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주변에 빼어난 풍경을 배경으로 높고 크고 아름다운 산에서 꽃을 피워야 하고, 이 풀 저 풀 마구 섞이지 않고 돋보여야 하고, 가뿐 숨을 고르며 도달해 소슬한 바람도 맞고 아래를 둘러볼 산정쯤에 자라면 더 좋을 터인 식물일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누구나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독특하게 아름다운 모양과 꽃색깔을 지녔으면 더더욱 좋을 터이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바로 산오이풀이다.

산오이풀은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높은 산에, 습기가 다소 있는 바위틈 같은 곳에서 주로 자란다. 키는 무릎에서 허벅지 높이쯤 자라지만 포기를 만들어 그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와 암반 사이에서 자라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꽃이 피는 시기는 늦여름에서 초가을, 바로 이즈음이다. 잎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이풀처럼 생겼지만 보다 길고, 꽃차례도 훨씬 길다. 분홍빛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비슷하지만 흰색꽃이 피고 백두산에서 자라는 것은 큰오이풀이다.

산오이풀은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는 모습도 곱다. 일정한 톱니를 가진 작은 잎들이 다시 질서있게 달려 하나의 큰 잎을 이루고 그 잎들은 적절히 포개져 다시 한 포기의 모습을 만든다. 꽃은 아주 작고 다닥다닥 달린다. 그 작은 꽃에도 화피가 갈라지고 털들이 다복하여 잔바람을 막아준다.

산오이풀이란 이름은 식물체에서 향긋한 오이냄새가 나는 오이풀과 같은 종류이며 높은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그 앞에 ‘산’자를 하나 더 붙였다.

쓰임새로 치면 관상용으로도 적합하다. 화분에 담아 키워도 좋을 듯하고, 꽃밭에 가꾸어도 잘 어울린다. 어린 잎은 먹을 수 있다. 약으로도 쓰이는데 오이풀을 비롯한 이 집안 식물들이 구분없이 함께 쓰인다. 보통은 뿌리를 쓰며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여러 증상에 처방되는 이름있는 약초다.

세상엔 닮고 싶은 식물이 많기도 하다. 닮고 싶은 사람보다는 훨씬 많다.

산오이풀도 그중의 하나다. 가을 기운이 서늘하지만 맑고 깨끗하고 더없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아 자라는 산오이풀의 청청함과 고운 자태는 더할 수 없는 큰 감동을 준다. 게다가 암벽 틈에서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그 내면의 의지는 화려한 온실 속의 화초와는 비길 데가 못된다.



입력시간 : 2006/09/15 14:28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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