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레나 시스터즈

마리아 막달레나, 그녀는 창녀인가 성녀인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성경에서 창녀로 묘사된 막달레나를 재조명하면서 출간 당시 기독교로부터 신성모독의 비난에 시달렸다. 올해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상영금지 논란은 끊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 때문이었는지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실적은 괜찮은 편이었다. 막달레나로부터 촉발된 표현의 자유와 신성모독의 갈등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2년 영화계에 논란이 된 또 다른 막달레나가 있었다. '막달레나 시스터즈, 그녀들은 과연 불결한 창녀인가 순결한 소녀인가?' 영화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순결한 소녀를 불결한 창녀로 낙인찍고 박해했던 기독교의 잔혹한 이면을 다루고 있다. 기독교의 치부를 드러낸 탓인지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자 기독교계에서는 영화의 허위를 들먹이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기독교의 주장과 달리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1960년대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수녀원에서 벌어진 실화를 담고 있다. 막달레나 수녀원은 19세기 사회에서 버림받은 창녀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세탁소를 운영하며 창녀들을 거두어 들이는 목적으로 영국과 아일랜드에 설립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고 소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감옥으로 변하고 만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소녀도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녀원으로 끌려간다. 끌려가는 이유도 황당하기 그지 없다. 버나뎃는 남학생들과 시시덕거렸다는 이유로, 마가렛은 사촌에게 강간당했다는 이유로, 로즈은 혼전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수도원에 끌려간다. 이들은 모두들 남자를 타락시킬 위험이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평생을 속죄하고 기도하도록 강요당한다.

영화는 남성 중심적이고 우월적인 사회에서 희생양인 여성들이 오히려 종교의 이름으로 죄인이 되어 자유를 박탈당하는 역사적 사건을 추적한다. 감독 피터 뮬란은 실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녀원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재연한다.

수녀원에서 도망친 소녀는 믿었던 혈육인 아버지에게 잡혀 와 구타당하고 수녀로부터 강제로 머리를 깎인다.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미혼모는 신부에게 강간당하고 그 죄(?)로 정신병원에 끌려간다. 그리고 이곳 소녀들은 절대 외부 사람과 접촉해서도 안 되고 서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공고했던 이곳도 점차 균열을 겪는다. 마가렛이 동생의 도움으로 당당히 수녀원을 빠져나가고 나머지 두 명도 난공불락 같은 수녀원을 탈출할 기회를 엿본다.

기독교가 맹위를 떨쳤던 중세 시대에 있을 법한 막달레나 수녀원은 놀랍게도 1996년 11월까지 운영돼 왔다고 한다. 수녀원에서 벌어진 모든 비극은 1993년 더블린 수녀원의 한 성직자가 수녀원 땅을 부동산업자에게 팔면서 드러난다. 바로 그 땅에 수녀원에서 숨진 소녀들의 유해가 묻혀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기독교측은 모든 사실을 부인하려 했다.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또는 멍청하다는 이유로, 심지어 강간을 당했다는 이유로 수녀원에서 회개와 노동을 강요당했던 수만 명의 막달레나 시스터즈들. 예수는 분명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 했거늘, 우리 사회에 왜 그토록 죄 없는 자들이 많아 이토록 돌팔매질을 쉽게 하는 것인가.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