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아트 포 라이프'

▲ 호박꽃 스파게티
서울 부암동의 북악산 자락. ‘아트 포 라이프(Art for life)’라고 쓰인 간판이 걸린 작은 공간 하나가 눈에 띈다. 사실은 입구가 꼭 가정집 대문 같아 처음 오는 사람은 그냥 놓치고 지나치기가 더 쉽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면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2003년 3월부터 시작했으니까 벌써 만 4년째다. 이름하여 ‘하우스 콘서트’. 많아야 50여 명의 초대 손님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여는 조그만 음악 파티다. 음악회가 벌어지고 그리고 이어지는 식사와 와인 한 잔.

작은 규모의 음악회이지만 이름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다녀간다. 피아니스트 김주영, 메조소프라노 김신자, 기타리스트 서정실, 바로크 테너 박승희,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 씨 등은 이미 무대를 거쳤다. 메조 소프라노 윤현주, 소프라노 최훈녀, 박미혜, 하프 한혜주, 퉁소의 고장욱, 가야금병창의 강우정 씨 등이 올해 말까지 예정된 공연자들. 실상 내년까지 연주 스케줄이 꽉 차 있다.

이곳의 주인은 클래식 음악 연주자인 성필관, 용미중 씨 부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오보에를 연주했고 중앙대, 한양대 등에서 강의도 한 성씨와 역시 플루트 연주자인 아내 용 씨가 2003년 뜻을 모아 새로운 개념의 보금자리를 틀었다. 바로 말 그대로 인생을 위한 예술(Art for life)이 있는 ‘콘서트 하우스’다.

서울 도심에서도 흔치 않은 곳에 있는 만큼 분위기도 독특하다. 산자락에 자리해 주변의 산세와 수풀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기본. 특히 공간 구조가 색다르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측에 들어서 있는 게 이들 부부의 한옥 살림집이다. 앞으로 쭉 걸어 나가면 실내 콘서트장이 있고 바로 옆으로는 마당과 분장실이 자리잡고 있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정원과 야외 테라스 공간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뒷편으로는 실내 레스토랑. 원래 홀로만 쓰였는데 9월 초순 조그마한 카페 레스토랑으로 꾸며졌다. 주말에만 찾아 올 수 있었던 고객들이 ‘왜 평일에는 아무 것도 없냐’는 항의(?)가 빗발쳐 최근에야 정식 레스토랑으로 문을 연 것이다.

음식은 안주인 용 씨가 직접 만들어 낸다. 가장 자랑하는 메뉴는 ‘호박꽃 스파게티’. 별로 들어보지 못한 이름인데 먹어 보면 정말 맛있다. 올리브유를 쓰는 봉골레처럼 별 색깔이 없는데 면발이 입 안에 들어가면 맵다. 청양고추와 말린 홍고추, 마늘이 들어가 내는 맛인데 예상외로 혀를 치는 맛이 자극적이면서도 한국인의 정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백미는 스파게티 면발 한가운데 놓인 호박꽃잎. 호박꽃이 열매를 맺기 직전 딴 것으로 열릴 듯 말 듯한 열매 모양도 보인다. 푹 씹히는 게 질감이 연하다. 호박꽃잎을 따지 못할 때는 호박 조각이 대신 올라온다.

어릴 때부터 워낙 요리하기를 좋아했던 용 씨는 라코타치즈나 마스카포네 치즈, 샐러드 드레싱류도 모두 직접 만들어 낸다. 손님에게 정성 어린 음식을 맛있게 전달하고 싶은 용 씨는 직접 테이블 서빙까지 하곤 한다. “예술은 인생을 위해 존재하잖아요. 예술을 위한 인생이 돼서는 안되죠.” 주인장 성 씨는 “이곳은 콘서트뿐 아니라 영화제나 전시회, 공연 등 문화가 살아 숨쉬는 예술 카페”라고 소개한다.

메뉴 스파게티 등 파스타와 샐러드류가 9,000원부터. 음료는 5,000원부터. 피자는 1만7,000원부터.

찾아가는 길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 고개에서 북악산 산책길 방향. 환기미술관 지나쳐 큰 오르막길로 가다 CCC별관 지나 100m 정도 윗집. (02) 3217-9364




글·사진=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