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부터 시작되는 긴 추석 연휴. 올 추석 연휴는 10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이지만 개천절(10월 3일)을 전후로 낀 징검다리 근무일을 쉬게 되면 최장 9일의 달콤한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어느 해보다 긴 황금 연휴의 즐거움을 200% 높일 수 있는 짜릿한 방법은 없을까? 그간 찌들어 있던 일상의 피로를 날리고, 감성을 충전해주는 공연 7편을 한자리에 모았다.

▦ 뮤지컬 '컨펜션'

‘컨펜션’은 진지하면서도 담백한 문법으로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감성 뮤지컬이다. 형식과 내용의 진부함을 과감히 떨쳐냈다. 전문기획 공연장 충무아트홀과 국내 최초의 아티스트 마켓 쇼틱이 1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선보이는 창작 무대이다.

공중에 흩날리는 가벼운 대사를 지양한 대신, 가슴으로 말하듯 절제된 감정과 과도한 감정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룬 뮤지컬 넘버들이 감정의 선을 살린다. 전체적으론 가라앉은 느낌. 반면 20,30대는 물론 40,50 중년 관객의 심금을 울릴 만한 밀도 깊은 사랑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카페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가수를 꿈꾸는 스타 지망생과 청력을 잃어가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유명 작곡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연가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마음을 적신다.

‘러브 인 마이 하트’의 작가 겸 연출가 성재준이 대본을, ‘밑바닥에서’를 통해 스타일리스트 연출가로 이름을 굳힌 왕용범이 연출을 맡았다. ‘그리스’의 윤공주, ‘아이 러브 유’의 정성화 등 개성 강한 실력파 배우의 열연도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11월 19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02) 2230~6624

▦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인터넷 만화가 강풀의 인기작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는 연인과 함께 즐기기에 알맞다. 여고 2학년 수영과 띠동갑인 12세 연상의 직장인 연우가 빚어내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10월 초연 이후 올 5월까지 8개월의 공연 기간 동안 연극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평균 좌석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신세대 유머 감각이 톡톡 튀는 만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아날로그 느낌의 따뜻한 연극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만화의 나레이션을 전달하기 위한 의성어 식(의태어 식) 대사 처리 방식이 독특한 웃음을 주고, 객석까지 흩날리는 비누 방울이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2006 서스팬스 햄릿’의 정세혁이 연출을 맡았고, 오상헌, 홍성택(연우 역), 손희승, 변희경(수영 역)이 번갈아 출연한다. 9월 29일부터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 런 방식으로 공연된다. 인아소극장. (02) 3142-0538

▦ 뮤지컬 '터널'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좁고 어두운 터널을 만나게 되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창작 뮤지컬 ‘터널’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사춘기 시절의 성장통을 통해 가족의 진한 사랑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연출가로서 제 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개그맨 출신 연출가 서승만 작품. ‘마음까지 즐거운, 우리 정서에 맞는’ 뮤지컬을 표방했다.

가난한 어머니가 부끄럽기만 한 반항아 ‘민구’가 이웃집 연상의 여인 ‘혜진’을 만나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민구는 첫사랑의 감정에 눈을 뜨면서, 뒤늦게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깨달아 가게 된다.

빠른 템포와 짧은 호흡의 개그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아련한 옛 코미디에 목말라 하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선물하는 공연이다. 10월 22일까지. 대학로 상상나눔씨어터 (02) 741-2002

▦ 국악놀이극 얼씨구나! 용궁 가자

‘호랑이를 만난 놀부’로 지난해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국악 공연 붐을 일으킨 이덕인(중앙대 국악대학 강사) 씨가 올해는 ‘얼씨구나! 용궁 가자’를 새롭게 무대에 올린다.

우리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각색한 작품으로 판소리, 토속민요, 탈춤 등을 가미해 아이들이 우리 전통 음악과 친해질 수 있도록 꾸몄다. 마당놀이적 구성으로 기발한 재미와 웃음을 더해준다.

‘덩딱~덩딱!’ 공연 전에는 어린이들이 자라 탈을 쓰고, 소고 장단을 두드리는 등 흥겨운 시간도 마련해 관객들이 우리의 전통 문화에 친근하게 빠져들 수 있도록 꾸몄다. 10월 29일까지. 대학로 두레홀2관 (02) 3142-0538

▦ 뮤지컬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파워레인저 매직포스’는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 시리즈’ 중 최신작을 뮤지컬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지난해 11월 롯데월드 예술극장에서 막이 올라 2차, 3차 서울앙코르 공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전국 순회공연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파워레인저 S.P.D의 후속작이다.

전편보다 더 화려해진 특수효과와 고난이도 액션이 볼거리다. 만화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파워레인저 TV 시리즈 제작사인 도에이 영화사에서 소품과 특수효과를 직접 공수했다. 와이어 장비를 이용해 캐릭터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조명 및 특수효과를 이용한 변신 장면이 환상적으로 꾸며진다.

마법의 능력을 지닌 마법경찰 5남매가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인페르시아 마물들에게서 지구의 위기를 구해낸다는 내용.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5남매가 엮어가는 가족의 사랑, 그리고 용기와 우정이 화려한 액션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10월 8일까지 롯데월드 예술극장. (02) 411-0668

▦ 김영임 '孝 대공연'

‘국민 명창’ 김영임의 효 대공연은 명절을 맞아 모처럼 걸출한 국악 공연을 기다리는 부모님을 위한 반가운 무대다. 국악과 연극, 퍼포먼스가 한마당으로 어우러지는 초대형 국악뮤지컬. 우리 소리와 가락의 정겨움이 넘친다.

공연은 크게 3부로 나뉘어진다. 1부는 경기 민요 ‘회심곡’을 중심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한 뮤지컬 형식의 드라마로, 김영임의 걸쭉하면서도 쉰듯한 목소리를 통해 경기 민요의 절절한 가락이 눈물나게 전해진다.

2부는 ‘굿판’. 산자와 죽은 자가 대화하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3부에서는 관객과 함께 우리의 민요를 형식 없이 자유롭게 펼쳐 보이는 열린 무대가 마련된다.

음악은 중앙국립관현악단이, 무용은 경희대 김말애 무용단이 맡았다. 무려 200여 명에 이르는 국악인과 더불어 탤런트 전원주, 코미디언 이상해가 출연하여 부모님들에게 환한 웃음 보따리를 선사한다. 10월 7일과 8일 총 네 차례에 걸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화려한 판을 벌인다. (02) 548-4480

▦ 이미자 '효 콘서트'

노래 인생 47년. 변하지 않은 이미자의 청아한 음색을 고스란히 들려줄 ‘추석맞이 이미자 효 콘서트’는 어르신들이 지난 세월의 아련한 추억을 되짚어 보는 정겨운 무대이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열아홉 순정’ 등 25곡의 주옥 같은 히트곡을 비롯하여 나훈아, 남진, 주현미, 조용필 등 후배 가수의 노래를 이미자 특유의 가락으로 들려준다. 이미자의 옛 모습을 담은 영상 파노라마와 ‘여로’, ‘아씨’, ‘서울이여 안녕’ 등 그때 그 시절의 명장면을 보는 재미도 공연의 흥을 한층 돋운다. 10월 8일 오후 3시, 6시 30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031) 707-136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