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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무적의 낙하산 요원'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 속담이 최근 들어 방송가에서도 진리로 통용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속편이나 속편 느낌의 드라마가 연달아 안방극장을 찾고 있고 또한 제작이 예정된 가운데, 최근 선을 보인 2편의 속편 드라마들이 완성도와 재미 등 전반적으로 전편에 못 미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속편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여우야 뭐하니’(극본 김도우ㆍ연출 권석장)와 드라마 ‘신입사원’의 속편을 표방하는 SBS 수목 미니시리즈 ‘무적의 낙하산 요원’(극본 김기호 박상희ㆍ연출 이용석)이 나란히 전편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속편 제작 붐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여우야 뭐하니’와 ‘무적의 낙하산 요원’은 각각 고현정과 에릭이라는 톱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완성도 차원에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우야 뭐하니’는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10%대 중반에 머물고 있고, ‘무적의 낙하산 요원’은 10%대 중반에서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우야 뭐하니’는 방영 전부터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가 다시금 30대 노처녀의 삶과 사랑 스토리를 써내려 가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고현정(고병희)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화제를 모으며 ‘삼순이 신드롬’의 재현이 예고되기도 했다.

‘무적의 낙하산 요원’은 가요계 톱스타 에릭(최강)이 ‘신입사원’에 이어 주인공을 맡아 모처럼 속편다운 속편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 작품이었다. 에릭이 불의의 사고로 중단된 드라마 ‘늑대’의 아픔을 딛고 돌아온 점에서 한결 성숙한 업그레이드 면모를 과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방송 초반이라 속단하긴 이른 감도 있지만 두 작품 모두 전편의 재미와 감흥에는 한참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우야 뭐하니’와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전편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지나치게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보여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은 요소로 작용하는 점이다.

‘여우야 뭐하니’의 고병희는 매사가 가볍다. 3류 에로 잡지 기자로서 직업에 임하는 모습도 가볍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 또한 가볍다. 주위 환경 및 생활 등 모든 게 극도로 과장된 듯 가볍기만 하다. 직업, 사랑, 심지어 이름 등 모든 삶에서 웃음을 전해주긴 했지만 이면에 진지한 삶의 고민을 지니고 있었던 김삼순의 무게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무적의 낙하산 요원’의 최강 역시 과장된 상황 속에서 허한 웃음만을 자아내게 하는 점에서 청년실업의 아픔을 유쾌하게 보여줬던 ‘신입사원’의 주인공만큼의 공감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 MBC '여우야 뭐하니'

두 주인공 캐릭터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원맨쇼’로 일관하는 점 또한 핸디캡이다.

고현정은 거의 혼자서 작품의 모든 걸 다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다. 파트너인 천정명 정도만이 존재의 의미가 있었을 뿐 나머지 등장 인물들은 고현정-천정명 커플을 위한 장신구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현실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김선아-현빈 주인공 커플 외에 정려원, 다니엘 헤니, 이아현 등 다양한 삶의 단상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었던 점과 확연히 비교된다.

에릭 또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동분서주하며 ‘홀로 아리랑’을 외치고 있다. 한지민, 신성우, 윤지민 등도 나름대로 개성을 지닌 캐릭터이지만 작품 속에서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지호, 한가인, 정진 등이 주인공 못지않은 개성으로 생동감을 과시했던 ‘신입사원’의 유쾌함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작품 모두 지나치게 선정적인 화면으로 자극성을 앞세우는 점 또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성(Sex)은 드라마에서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만 사용해야 극적인 효과를 배가할 수 있지만 ‘여우야 뭐하니’는 초반부터 심하다 싶을 정도의 노골적인 장면을 선보였고 ‘무적의 낙하산 요원’ 역시 노출신, 키스신 등 선정적인 장면을 부각시켰다. 너무 써먹은 나머지 ‘더 이상 볼 게 뭐가 있을까?’하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궁2’, ‘종합병원2’ 등 많은 속편 격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물론 이들 작품은 전편의 인기와 화제성을 안고 가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예약한 채 출발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편의 재미에 안주해 새로운 재미와 완성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방송가 속설이 더더욱 진리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