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돌아 가는 강물 따라 전통의 향기가 유유히 흐르는 안동 하회마을. 한국을 넘어 이젠 세계에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대표적 선비촌이다. 이 마을에서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명재상 서애 류성룡(柳成龍, 1542-1607)을 비롯해 여러 훌륭한 인물들이 났다. 이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닦았고 학문에 힘썼으며 이를 시와 그림으로 남겨 완상했다.

지금은 한국전쟁 중에 멸실됐지만 남아 있다면 국보 가치를 지녔던 ‘하회화병(河回畵屛)만 하더라도 하회를 감싸 흐르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440여 년 전에 그림으로 담았다. 퇴계 이황과 임당 정유길이 손수 시를 지어 써 주었다.

이 화병은 서애의 부친인 입암 류중영(1515-1575)이 만들었다. 그의 증손자에 졸재 류원지(柳元之, 1598-1674)가 있다. 그는 안동 하회마을에 남아 있는 서애의 종택을 기와집으로 처음 지은 이다.

졸재는 벼슬보다는 자연과 벗하며 학문과 가문의 전통을 길이 후손에게 물려줄 것을 희망하고 실천했다. 또한 하회마을의 아름다움을 열여섯 가지로 적시해 노래했다. 십육경에는 사계절의 절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한 장의 사진이나 한 편의 영상으로 하회를 담을 뿐, 선현들이 오랜 세월 즐겼던 ‘하회십육경’이라는 말은 물론 그 존재조차 아는 이가 드물다.

다행히 십육경의 정확한 위치를 한학자 류단하(柳端夏·93) 옹이 고증하고, 이를 근거로 안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서양화가 권준(1955년생) 씨에 의해 십육경은 450여 년 만에 유화로 다시 태어났다.

권 화백은 근래 대표적 서양화가 변종화 씨로부터 ‘조선소나무’라는 극찬을 받았던, 전통의 맥을 잇는 작가다. 수년간 하회마을을 답사하고 고증해 완성한 이 역작을 통해 하회의 아름다움과 전통의 향기를 그림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십육경을 소개한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