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지 없이 멀리 짐을 부쳐본 적이 있나요?

혹자는 그럼 유령의 집으로 짐을 보낸다는 말이냐고 의아해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미국 생활 6년 만에 실제로 그걸 경험했다. 알아둘 만한 이사정보가 될 것이다.

유학생들이 미국 내에서 이사할 경우 대개 1) 이사갈 도시로 가서 집을 답사하고 계약을 한 후 다시 돌아와 짐을 부치던가, 2) 그곳에 지인이 있다면 아파트를 대신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던가, 둘 중 하나다. 1)은 눈으로 확인하는 장점은 있지만 답사 비행기 요금에 숙박비까지 들어 이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2)는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남이 소개해주다 보니 맘에 들지 않더라도 계약을 해야 하는 고민이 따른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내가 선택한 것은 제3의 방식인 글로벌 물류회사 UPS의 ‘짐 보관 서비스(holding service)’ 였다. 이사갈 곳의 주소지가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우선 그 도시의 UPS 고객센터(customer center)로 짐을 보낼 수 있다. 고객센터는 4일 동안 짐을 보관해준다.

이후 이사갈 도시로 가서 새 거주지를 정한 다음 UPS 본부(headquarter)에 전화해서 알려주면 4일간 전후로 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4일 내 새 집을 구하지 못하면 직접 고객센터를 방문, 짐을 다른 창고에 보관하면 된다.

4일이 너무 짧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주말을 끼고 짐을 부치면 한결 여유가 있다. 일요일은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도 토요일 아침에 짐을 부치고 그날 오후에 이사갈 곳으로 갔다. 물론 사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러 군데 아파트 후보지를 알아놨다.

이사갈 아파트를 월요일에 최종 선택해 그 주 금요일에 입주하기로 계약했다. 새 주소를 UPS 본부에 알려주었고, 금요일과 그 다음주 월요일에 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UPS 사이트에 보관 서비스는 소개돼 있지만 이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사갈 도시의 UPS분점으로 짐을 보냈다. 하지만 UPS분점들은 UPS 직영점이 아니라 사실상 독립된 작은 사업체이다. 그곳에 짐을 보내면 보관 및 배달에 별도의 서비스 요금(service charge)이 청구된다.

나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이중으로 돈이 드는 것을 막기위해 UPS 본부로 전화해, 새 짐이 분점에 도착하기 전 새 주소지로 옮기기 위해 짐의 경로를 체크했다. 그것도 새벽 5시~ 6시에.

그때 겪은 고충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설움이 북받쳐 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사이트에 알리지 않았느냐고 따져보기도 했고, 분점 직원한테 고래고래 고함 지르기도 했다. 낯선 땅에서 불이익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순간순간이 전쟁과 같다.

그래서 미국에서 이사하고자 하는 유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UPS의 보관서비스가 편리하지만 제대로 이용하려면 짐을 반드시 분점이 아니라 꼭 고객센터로 보내라고.

이사 전에 큰 짐은 다 처분하고 책과 옷만 챙겨 작은 25개 박스로 줄였지만 650달러의 이사비가 들었다. 미국에선 움직이면 돈이 든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조선주 통신원 (미국 텍사스 주립대 재학)

한국어·중국어 번역 전문가가 뜬다

요즘 인터넷에서 취업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엔지어링이나 IT, 소프트웨어 번역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글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전자, 통신, 반도체, 프로그래밍 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실리콘 밸리 관련 사이트에서 더욱 그러하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한국, 일본, 중국에 지사를 둔 업체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의 매뉴얼이나 기타 자료들을 현지 언어로 번역해 홍보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번역이 단순하지 않다. 첨단 기술이나 전문 용어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그래서 업체들은 되도록 이공계 학위자나 엔지니어 경력자를 선호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구글(google)은 이공계 출신 번역 경력자를 임시직이나 계약직으로 수시 채용하고 있고, 최근엔 반도체 업체들도 가세했다.

공과대학생이나 기술 직종 경력자들은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 이 직책이 마음에 썩 내키지 않더라도, 일단 입사해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앞길은 열려 있다. 또 회사에서 자신이 평소 원했던 분야의 인력을 채용할 경우 지원할 수도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번역 능력은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한두 가지 외국어를 구사하면 우선 채용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를 배워 뭣에 쓸까 회의적이었는데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에서 효과를 톡톡히 본 친구들을 여럿 보았다.

때마침 한국과 중국, 인도 등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이들 나라의 언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외국어 하나쯤 더 배워두자. 경제 국경이 사라지는 글로벌 시대에 취직하는 데 많은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정진화 통신원 (미국 산호세 주립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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