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당 '달과 6펜스'

▲ 단호박 해물볶음
서울 청담동 성수대교 4거리에서 관세청으로 올라가는 대로변. 외관이 검은색 돌로 치장된 제법 높다란 건물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 요란하지도 육중하지도 않아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 건물 이름은 알도꼬볼라. 발음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 빌딩에서 제일 높은 7층에 레스토랑 하나가 들어서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예상치 않게도 커다란 나무 7그루가 눈에 들어 온다. 마치 실내에 정원을 만든 듯, 그리고 자연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는 것이 유럽의 ‘노천 카페’ 분위기 그대로다.

그래서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무슨 음식이 나올까?’, ‘어떤 종류의 식당일까?’ 하고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엄연한 중식당이다. 이름은 특이하다. 여느 중식당과 달리 ‘달과 6펜스’다.

헌데 여기를 다녀왔다는 고객들의 얘기는 항상 엇갈린다. 와인바라는 사람도 있고, 다른 이들은 중식당이라고도 한다. 이유는 실내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영락없는 와인바인데 음식은 중식을 내놓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차이니즈 레스토랑인 셈. 현실 속에서 이상적인 꿈을 좇는 내용의 영국 소설 ‘달과 6펜스’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 다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테라스다. 일렬로 늘어선 테이블에 앉으면 바깥 창문을 통해 주변 청담동의 풍경이 펼쳐진다. 하늘은 뻥 뚫려 있고 뜨거운 계절에는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호텔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들어서 있는 중식당 중 하나일 듯하다.

또 바로 옆 조그만 ‘하늘 정원’에는 살아 있는 감나무도 우뚝 버티고 서 있다. 어스름 저녁, 벽면에는 영상 화면이 비치는데 사선 무늬로 마치 줄이 그어진 듯한 영상을 연출해 더욱 운치가 있다. 공원에 테이블을 놓고 식사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매콤한 단호박 해물볶음. 둥그렇고 큼지막한 호박에 해물이 담겨 나온다. 호박의 푸른 빛깔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갑오징어, 주꾸미, 새우, 피조개, 관자, 해삼 등 해물을 먼저 매콤하게 살짝 볶은 뒤 삶은 단호박의 가운데 위를 파서 속을 채웠다. 녹차 소스로 맛을 낸 녹차중새우와 게살류산슬도 많이 찾는 메뉴들.

특히 이 집은 자장면이 맛있다고 소문나 있다. 신라호텔 출신의 주방장이 만드는데 자장 맛이 고소하고 면발은 졸깃하다. 직접 손으로 뽑은 수타면이다. 탕수육도 주방에서 자랑하는 인기 메뉴. 아무래도 분위기 때문인지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이들이 많다.

식사를 하다 보면 유명 배우나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자주 보이는 이는 영화배우 김규리. 이 식당 주인이 그녀의 어머니인 신수옥 씨이기 때문이다. 언니인 김규원 씨도 함께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메뉴 자장면 등 식사류는 6,500원부터. 일품 메뉴 중 홍합 요리는 1만8,000원부터. 코스요리가 많이 나가는데 점심은 1만8,000원, 저녁은 3만5,000원부터. 와인은 종류는 그리 많지 않지만 3만5,000원부터 4만~5만원 대가 많다. 하우스와인 1잔은 9,000원.

찾아가는 길 압구정동 자생한방병원 바로 길 건너편. (02) 515-4646




글·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