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그릴 레스토랑 '벨라첼로'

보통 레스토랑에는 홀과 룸이 있다. 그리고도 여유 있다면 정원까지···.

그럼 정원에 지붕을 씌우면 어떻게 될까? 벽을 치고 천장을 드리워 또 다른 홀이나 룸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벽과 천장을 유리로 쓴다면 경우가 달라진다. 이름하여 글라스 하우스(Glass House). 사시사철 따뜻한 온실이 되는 셈이다.

서울 논현동 골목길에 자리한 벨라체로. 이탈리안 그릴 레스토랑으로 이름 적힌 이곳에는 특이하게도 글라스 하우스에서 손님을 먼저 맞는다. 도시의 레스토랑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글라스 하우스 테이블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의 이름은 ‘썬 룸(Sun Room). 말 그대로 태양의 따스한 햇살과 볕이 항상 드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항상 썬 룸의 테이블을 먼저 찾는다.

썬 룸은 바라볼 땐 정원 같지만 안에 들어서면 우아한 실내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새하얀 색상의 테이블보와 그 위에 놓인 와인 잔과 식기들. 그런데 주변을 둘러 보면 밖으로 나무들과 풀잎사귀로 둘러싸여 있다. 실내에 있지만 마치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 그대로다. 물론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고, 혹 날씨가 춥든 걱정할 일이 없다.

벨라체로는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단풍나무란 뜻. 이름만이 아니고 이 집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단풍나무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단풍은 단풍인데 잎사귀가 가늘고 얇다. 고운 이미지 때문에 ‘단풍의 귀족’이라 불리는 이 나무 한 그루의 가격만도 수천만원이나 된다고.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파스타나 스테이크, 피자 등을 고루 갖춘 이 집에서는 오징어 먹물 메뉴가 많이 나간다. 오징어 먹물을 입힌 모짜렐라 치즈튀김이 대표적. 식전 메뉴로 어울리는 이 음식은 까무잡잡한 외관과 달리 한 입 씹어 보면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웰빙 음식으로 꼽히는 오징어 먹물이 들어가서인지 튀김인데도 느끼함이 별로 없다.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나 새우볼과 매콤한 올리브오일 파스타, 양갈비 스테이크 등이 추천 메뉴들. 유명 레스토랑 출신으로 가득찬 주방의 조리사들은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드물게도 역할이 분담돼 있다. 패스트리 쉐프가 따로 있어 빵도 사오지를 않고 직접 굽는다. 카페라떼 한 잔을 시켜도 커피 위에는 우유로 그림(라떼 아트)이 그려져 있다.

원래 일반 한옥 가정집이었던 이 집은 2004년 가을 레스토랑으로 개조됐다. 붉은 적벽돌에 하얀 나무 유리창틀을 강조한 빅토리안 건축 양식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주인 박병우 씨가 샌프란시스코의 재미교포 출신인 덕분이다.

안주인 나은주 씨는 서울 프라자호텔의 홍보실 출신. 호텔 출신답게 고급을 지향해서인지 고기를 비롯해 모든 식자재는 일체 냉동육을 쓰지 않는다. 비싸더라도 한우 냉장육만을 고집해 육질이 부드럽다.

구비하고 있는 와인은 무려 200가지가 넘는다. 국가별, 그리고 지역별로 와인을 구분해 놓았는데 지하에 셀러가 있어 다양한 와인을 저장해 놓을 수 있어서다. 메뉴판의 디자인 구성도 특급 호텔의 그것처럼 세련됨이 풍겨난다. 겉에서 보면 럭셔리한 것 같지만 부담없이 들러 파스타나 차 한잔을 즐기고 가는 손님들도 많이 보인다.

메뉴 파스타나 피자류는 1만2,000원부터. 세트 메뉴는 2만5,000원부터(점심 기준), 훈제 연어 같은 식전메뉴에서 시작, 수프, 파스타나 리조또, 디저트, 커피나 차 등으로 진행된다. 저녁에는 일품 메뉴들 가격이 조금씩 더 비싸다.

찾아가는 길 서울 강남 학동4거리에서 강남구청 방향으로 가다 첫번째 골목으로 우회전, 100m 지나 우측. (02)3446-4663




글·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