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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조의 책과의 밀어] 존재하면서 살아가기
타샤 튜더 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생존.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살 수 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삶다운 삶을 살고자 한다면 존재해야 한다. 존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존재하면서 산다는 것 - 그것을 명확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그러한 것은 전 생애로 묻고 전 생애로 답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 생애로 묻고 전 생애로 답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 역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여기 소개하는 타샤 튜더라는 여성의 아름답고 창조적인 삶이 그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타샤 튜더는 오랫동안 미국인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한 동화작가다. 그녀는 동화의 삽화를 그리는 화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15년생인 그녀는 지난 70여 년간 100권이 넘는 동화책과 그림책을 출간했다. 따뜻하고 목가적인 그녀의 그림은 백악관의 공식 크리스마스카드에 사용되기도 했다.

올해로 91세가 된 할머니 튜더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그녀가 뛰어난 동화작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동화보다 더욱 동화 같은 그녀의 삶의 방식에 매료된다.

튜더는 현재 미국 버몬트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30만 평에 이르는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다. 그녀의 전원생활은 부와 명예를 쌓은 유명인사가 경치 좋은 별장에서 유유자적 보내는 휴가 따위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91세의 나이에도 정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는 매일 같이 직접 노동한다. 텃밭을 가꿔 채소를 거두고, 염소를 길러 그 젖으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고, 물레로 실을 뽑아 베틀에서 옷감을 짠다. 난방과 취사는 모두 장작을 지펴 해결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그녀의 집에는 하나둘 촛불이 켜진다. 그러면 그녀는 그 촛불 아래에서 동화에 곁들여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튜더는 철저히 19세기(式)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무엇보다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손수 가꾼 드넓은 정원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정원을 갖는 것은 튜더의 오랜 바람이었다. 56세의 나이로 처음 지금의 터에 정원을 만들 당시 그녀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바로 1,000개가 넘는 수선화 구근을 심은 일이었다고 한다. 수선화만이 아니다. ‘커티지 가든’이라고 불리는 튜더의 정원에는 장미, 연잎꿩의다리, 동백, 난쟁이은쑥, 아이리스, 패랭이꽃, 으아리, 작약, 물망초, 나리, 갯개미취, 백일초, 피튜니아, 금잔화 같은 꽃들이 만발하여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다. 수십 년간 돌본 나무들과 직접 씨앗이나 구근을 심어 가꾼 온갖 꽃들, 튜더는 식물의 충만한 생명력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동물사랑 역시 남다르다. 고풍스런 새장 안의 수십 마리 새들, 어깨 위에서 말참견을 하는 앵무새, 연못가의 거위 가족, 헛간에는 염소와 비둘기와 닭들이 산다. 물론 개와 고양이도 빼놓을 수 없는데, 코기종(種) 개에 대한 튜더의 애정은 각별하다. 코기들이 주인공인 동화 <코기빌 페어>는 잘 알려진 그녀의 대표작이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담백하고 소박한 문장으로 서술한 튜더의 자전적 에세이다. 사진작가 리처드 브라운이 촬영한 그녀의 아름다운 정원과 풍요로운 일상의 사진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튜더는 말한다.

“정원을 가꾸면 헤아릴 수 없는 보상이 쏟아진다. 다이어트를 할 필요도 없다. 결혼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가 아직도 맞고, 턱걸이도 할 수 있다. 평생 우울하거나 두통을 앓아본 적도 없다. 그런 병은 끔찍하겠지. 염소젖과 정원 가꾸기 덕분일 것이다.”

튜더는 단순한 은둔자가 아니다. 속세와 거리를 두고 편리한 문명의 혜택을 거부한 채 숲 속에 묻혀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가 고행이나 수도를 행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철저히 즐기며 살고 있다. 튜더는 더없이 즐겁고 귀여운 할머니다. 더없이 성실하고 낙천적인 인간이며, 기품 있고 우아한 삶을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지폐 몇 장으로 혹은 클릭 몇 번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그녀는 얼핏 번거롭고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는 절차와 과정을 일일이 자기 손으로 치러낸 뒤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그녀는 19세기식 삶의 불편함을 자신의 부지런함으로 감내하고, 대신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결코 누리지 못하는 멋과 낭만을 한껏 누린다. 진정한 웰빙이다.

“나는 요즘도 골동품 접시를 생활에서 사용한다. 상자에 넣어두고 못 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 내가 1830년대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 수집가들이 보면 하얗게 질릴 일이다. 하지만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도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튜더는 철학자연 예술가연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정성껏 파이를 굽고, 손자손녀들을 위해 100년도 더 된 장식품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멋들어지게 꾸민다. 친지들을 초대해 손수 만든 마리오네트 인형들로 근사한 공연을 선보이고,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꽃의 구근을 사기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돈을 쓴다.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개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

모두가 튜더처럼 살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녀의 방식이 우리 모두에게 들어맞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녀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원하는 삶을 이뤄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타샤 튜더라는 한 여성이 진실한 삶을 꿈꾸었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힘껏 자신의 삶을 창조해냈다는 것이다. 하여 그녀는 삶의 모든 순간순간에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한다. 앞서 말한 대로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닌, 존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해 튜더는 전 생애로 묻고 전 생애로 답하고 있다.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



입력시간 : 2006/10/26 19:00




소설가 coolpond@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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