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스꼬

연어를 비롯해 광어, 장어, 새우, 문어 초밥은 기본, 거기에 오징어먹물이나 위고동, 왕우럭 또 골뱅이 스시까지….

스시(초밥)나 일식을 좋아하면 당연히 여러 가지 횟감을 고루 맛보고 싶어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지갑 사정이 문제. 그래서 요즘 스시 뷔페가 인기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맞추려면 간혹 음식의 질이 문제가 되곤 한다.

최근 대학로 대로변에 문을 연 마리스꼬. 스페인어로 해산물이라는 말 그대로 스시 & 씨푸드(Sea Food) 뷔페 레스토랑이다. 오픈한 지 두 달여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미식가들을 놀라게 한다. 수준 높은 음식들과 거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평일 점심이 1만8,000원. 웬만한 스시 뷔페 레스토랑들보다 몇 천원 싸다.

스시 뷔페 테이블 역시 보통 전채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이곳에는 새우나 연어, 모듬콩 등이 아주 조그만 식기에 담겨 있는데 1인용 보울(bowl)이다. 강남의 고급 일식당에서 주로 나온다는 마즙이나 순채 등도 보이는 것이 왠지 심상치 않다.

다음 코스인 샐러드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르콜라, 레드치커리, 비타민 고수 등 각종 특수채소들이 푸짐하다. 특히 태양볕에 말렸다는 썬드라이토마토의 상큼시큼한 맛과 절인 멸치인 앤초비의 짭짤함은 아줌마들의 젓가락을 그냥 못 지나치게 하는 메뉴들. 모두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고급 식재료들이다.

방어, 다금바리, 전어, 멍게 등 사시미를 비롯, 특히 요즘 최고의 인기 메뉴로는 대게 다리찜이 꼽힌다. 가늘고 길다란 대게 다리가 푹 쪄져 붉은 색깔을 띠는 것이 무척 먹음직스럽다.

이곳 스시 바 길이는 25m나 된다. 길다랗게 이어진 테이블 위에는 식사 메뉴들도 가득하다. 크런치롤, 스위트 치즈롤 등 10여 가지의 캘리포니아 롤들이나 우나기(장어), 광어, 골뱅이, 문어, 새우 등 각종 초밥들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듯하다. 그러고도 일본식 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나 새우, 고구마, 호박 등 튀김(뎀뿌라) 종류들까지 바로 옆에서 기다린다.

생선이나 일식 종류 말고도 ‘따뜻한’ 핫 푸드(더운 음식)들도 다양하다. 홍소해삼이나 태국식 꽃게볶음, 달팽이 볶음 등 10여 가지가 되는데 뷔페에서 흔히 보는 구색 맞추기 메뉴와는 전혀 딴판이다. 재료들이 신선하고 고급스런 맛이 우러난다.

음식에 열중해 있다가 잠깐 고개를 돌려 보면 하얀색 조리복을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조리사 한 명이 스시바 주변을 오가는 것이 보인다. 주방을 책임지는 권준행 조리장이다. 힐튼호텔의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스 출신인 그는 특급 호텔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맛과 푸드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집트나 모로코 등 아프리카에서 즐겨 먹는 우리네 좁쌀 같은 쿠스쿠스, 타이식 게볶음인 수팥뽕가리, 소고기가 들어간 터키식 샐러드인 얌느어양 등 쉽게 맛보기 힘든 외국의 메뉴들이 놓여져 있는 것도 다 그의 솜씨 덕분이다.

요리와 함께 식사 메뉴로는 우동과 자장면, 소바(메밀국수)가 항상 준비돼 있다. 모두 조그만 1인용 식기에 담겨 나와 과식 걱정을 덜어 준다. 열대 지방의 감자에 해당하며 코코넛 밀크에 넣어 화채처럼 먹는 ‘사고’와 티라미수, 무스케이크 등 디저트도 모두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낸다.

이 집 주인은 오진권 씨. 부대찌개 보쌈 유황오리 등의 메뉴로 놀부 브랜드 신화를 창조했던 주인공이다. 외식업 31년 경력을 총결집, 자신의 명예를 걸고 쏟아 부었다고 한다. 좋은 식재료를 전국 각지에서 싼 값에 들여 올 수 있는 것은 그의 노하우 때문이다.

메뉴 점심 1만8,000원, 저녁과 주말은 2만3,000원. 각종 청량음료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커피까지 무료로 함께 제공된다. 11시30분 오픈하는 평일 점심은 식사를 마치고 12시59분까지 카운터에서 계산하면 10% 할인해 준다.

찾아가는 길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혜화로터리 방향 50m 대학로변 뉴시티빌딩(1층에 피자헛) 지하1층 (02)3675-9990




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