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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분 하나 없는 지붕 위에서 오롯이 '바위솔'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이상스럽기만 하다. 올해엔 유난히 날씨 변화를 종잡을 수 없다. 가을 가뭄에 단풍마저 고운 빛을 내지 못한다는 걱정이 엊그제였는데, 강원도에 다시 가을 폭우와 바람 피해가 크다고 하니 말이다.

식물 중에는 척박한 기후 조건을 견딜 수 있는 강점을 가진 것들이 있다. 바위솔은 지나치게 건조하고 메마른 장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식물이다. 바위솔의 별명은 와송(瓦松), 즉 지붕 기와 위에서 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생각해보면 그곳이 얼마나 건조하고 양분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인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붕 위에 자라 지붕지기, 바위틈에 자라므로 암송(岩松), 식물의 모양이 탑과 같아 탑송(塔松), 옥송(屋松) 등 다양하게 불려진다.

바위솔은 이외에도 독특한 특성이 여럿 있다. 흔히 꽃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아름다운 꽃잎, 초록 잎새, 줄기·등을 연상하지만 바위솔은 그러한 기존의 상식을 벗어난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긴 삼각형의 전체 모습도 그러하려니와 육질의 두툼한 잎새, 조건에 따라 갈색을 띠기도 하는 색깔이며 줄기의 끝에서 잎의 연장처럼 길게 올라가며 피어나는 꽃도 그러하다. 또 잎 모양도, 번식하는 전략도, 살아가는 생태도 모양만큼이나 독특한, 그래서 바위솔은 재미있는 식물이다.

바위솔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모든 돌나물과의 식물이 그러하지만 바위솔 역시 잎이며 줄기가 식물체를 꾹 누르면 물컹하게 들어가는 육질로 이루어져 있다. 여느 돌나물과 식물들보다 훨씬 잎이 두텁고 또 그 잎의 배열이 마치 잎으로 자그마한 탑을 쌓아 놓은 듯 아름답고 독특하다.

그 때문에 이 식물을 한 번 본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궁금히 여기며 기억하게 되는 그런 식물이다. 더욱이 바위솔은 오래된 고옥의 기와 틈새 같은 특별한 장소에 특별한 모습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 아주 인상적이다. 그외에도 산에서 볕이 잘 드는 바위틈이나 심지어는 하천 둑과 같은 곳에 붙어 살기도 한다.

줄기의 밑동에서 자란 짧은 곁가지에 어린 싹이 새로 돋아 나고 그렇게 새끼를 치며 퍼져 나가며 자라는 바위솔은 흰빛이 도는 분록색 잎에 간혹 보라빛이 들기도 한다. 살찐 잎은 차곡차곡 포개어져 자라다가 여름이 다 가고 난 즈음, 한 뼘쯤 되는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마치 나지막한 촛대에 꽂은 초처럼 길쭉한 꽃대에는 흰색의 작은 꽃들이 가득 붙어 피어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바위솔은 보통 주먹크기를 넘지 못하지만 꽃대가 올라와 잘 자라면 한 뼘 이상 크기도 한다. 뿌리 근처에 달리는 잎은 납작하게 퍼지는데 그 끝이 굳어져 마치 가시처럼 단단해진다. 꽃은 9월에 피며 꽃자루도 없는 작은 꽃들이 원통형으로 길게 달린다. 꽃은 백색이지만 수술의 꽃밥이 붉은 색이어서 붉은 무늬가 있는 듯 느껴진다. .

예전에는 이 바위솔을 약으로 유용하게 썼다. 생약명도 와송인데 대개 해열, 지혈, 소종 등에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즙을 내거나 숯처럼 만들어 종기나 뱀, 벌레 등에 물렸을 때 사용했다. 이 같은 악성종양에 대한 효과를 이용한 암치료제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요즈음엔 관상자원으로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바위솔 종류 가운데서도 잎이 둥글고 뭉툭하여 더욱 보기 좋은 둥근바위솔이 인기가 높다. 이 식물의 특별한 모양새뿐만 아니라 지붕 위나 바위틈에서 자랄 만큼 아주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분경을 만들거나 돌로 된 정원(암석원)을 만드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식물 조각조각이 떨어져 다시 하나의 식물체를 만들므로 번식도 아주 쉽다.

극한 조건의 터전에 적응해 변화하며 아름답고 개성있게 피어나는 바위솔. 복잡하고도 고단한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눈여겨 보며 생존의 지혜를 배워야 할 식물인 듯하다.



입력시간 : 2006/11/03 15:08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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