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 외 57인 지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0년이면 몇 세대를 아우르는 온갖 삶과 변화가 요동친다. 한반도의 100년은 어떤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전후 혼란, 경제 개발, 군부 독재, 문민 시대 등 한마디로 격동의 100년이다. 이 신산한 시대를 화폭에 담아온 한국 미술의 100년이 한 권의 책에 집대성됐다.

문화·예술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 57명이 함께 쓴 아름다운 이 책엔 시대의 다양한 문화적 풍경뿐만 아니라 당대 작가들의 고뇌도 담겨 있다. 국내 최초의 누드화인 김관호의 ‘해질녘’,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 외에도 문신의 ‘고기잡이’, 김기창의 ‘해녀’ 등 그동안 실체가 공개되지 않았던 미발표작도 다수 수록돼 있다.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도 만날 수 있고 일제 강점기 때 미술평론가들의 글도 포함돼 있어 문화사의 한 단면을 감상할 수 있다. 김윤수 외 57인 지음. 한길사 발행. 5만원.

▲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이기호 지음

2004년 단편집 ‘최순덕 성령충만기’로 걸출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 전작에서 ‘바바리맨’ 전도에 나섰던 최순덕만큼 여전히 ‘개념 없는’ 인물들의 비루한 인생 행보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나는 에라이, 뿅!만큼 살았으니, 에라이, 뿅! 같은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는 저자의 말과 달리 익살과 조롱이 넘치는 여덟 편의 단편들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쓸모없는 존재가 된 소설가(‘수인’)의 삶, 작가이자 화자가 청자에게 최면을 거는 형식(‘나쁜 소설-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등을 통해 소설과 소설가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도 곁들였다. 문학동네 발행. 9,500원.

▲ 유능한 사람은 왜 유능한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가 / 요시다 덴세이 지음 / 김선민 옮김

‘명선수가 곧 명감독은 아니다’라는 말은 스포츠계 밖의 직장 생활에서도 흔히 적용되는 ‘명언(?)’이다. 예를 들면 능력 있는 직원이 리더가 됐을 때 자신과 같은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재를 키우는 능력이 곧 기업의 명운을 가른다고 말하는 이 책은 유능한 사람과 유능한 사람을 키워내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다른 사람의 숨은 능력을 발굴하는 비결과 유능한 사람에 의존하는 체질로 조직을 바꾸는 방법 등을 제시하며 ‘명선수가 명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웅진윙스 발행. 1만2,000원.

▲ 황장엽 회고록

“나는 가장 사랑하는 당신과 아들딸, 손주들의 사랑을 배반하였소. (···) 저 세상에서라도 다시 만나보고 싶소.” 김일성대학 총장,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북한에서 화려한 지위를 누리다 남한으로 망명한지 10년이 된 황장엽. 그가 김일성의 죽음, 김정일의 권력욕, 사회주의 붕괴 후 갈등 등 북한 권력 심층부의 비사(秘史)를 증언하는 회고록을 냈다. 끝부분엔 남한생활의 소회도 담았다. 황장엽 지음. 시대정신 발행. 1만9,000원.

▲ 진퇴의 법칙

두려움은 행동을 망설이게 하고 큰일을 그르치게 한다. 하지만 두려움은 항상 부정적으로만 작용할까. 제자백가를 섭렵한 리쭝우의 쓴 중국 최고 처세서인 ‘후흑학’을 두려움이라는 코드로 새롭게 해석한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두려움을 물리치는 방법을 36가지 사례로 소개한다. 일례로 유약한 유비가 촉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두려워할 줄 아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둥예쥔 지음, 심재석 지음. 김영사 발행. 1만8,000원.

▲ 생각의 탄생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인간은 사유하는 동물이라는 것.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제12권째인 이 책은 생각과 지능은 무엇이며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또한 인공지능 등 새롭게 진화하는 환상적 지능의 세계로 인도한다. 숫자로 현대 우주론을 설명하는 제11권 ‘여섯개의 수’도 이 책과 함께 나왔다. 윌리엄 캘빈 지음, 윤소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 1만3,000원.

▲ 독살의 세계사

음료수에 독극물을 투입해 협박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종종 보도된다. 인간의 빗나간 욕망과 음모, 애증과 광기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독살은 사회를 전율케하고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독살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군상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세계사는 결국 권력을 둘러싼 독살로 점철됐다고 말한다. 미즈호 레이코 지음, 장점숙 옮김. 해나무 발행. 9,500원.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