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가곡의 과거와 오늘을 보여주는 뜻깊은 무대가 잇달아 열린다. 예술의 근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눈과 귀를 황홀경에 빠뜨리는 아름다운 향연. 깊어 가는 늦가을의 고즈넉한 밤, 왠지 마음이 허전한 일상을 무용과 가곡의 멋으로 채워보자.

▦ 무용축제 '한아름 보듬어 맺고 풀고'

서울시무용단이 11월 3~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 현대무용 80년 역사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무용축제 '한아름 보듬어 맺고 풀고'를 무대에 올린다. 고 최승희 이후 신무용의 발자취를 총망라하는 무용의 대향연이다.

한국 신무용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김백봉, 전통무용의 거목 이매방, 강선영 등 명인들을 비롯해 현대무용의 대모 육완순, 한국 최초의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의 박인자 단장과 간판스타 김주원, 장운규에 이르기까지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분야에서 170명의 춤꾼이 출연, 춤사위를 풀어놓는다. 무용의 모든 장르가 한 자리에 모이는 드문 축제로 관심을 모은다.

공연 형식도 이채롭다. 80년 무용 역사가 이야기의 씨줄을 이루고 그 흐름 속에 각 작품이 날줄로 엮여 하나의 거대한 춤판으로 탄생하는 다큐멘터리 형식(3일)과 드라마 형식(4일)을 선보인다.

11월 3일, 첫날 다큐멘터리 공연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유희성 단장이 해설을 맡아 우리 춤의 발전 추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되새긴다. 1910년대 탈색된 영상을 통해 한국 현대무용 태동기의 진통을 볼 수 있고 최승희, 조택원의 춤을 영상으로 만난다.

4일 이튿날, 무대 위에는 관객 한 명이 느닷없이 등장한다. 실은 관객으로 분한 서울시극단 단원으로 관객의 눈높이에서 작품을 얘기하며 공연의 이해를 돕는다. 공연의 주제는 '소리-신명', '삶', '혼', '사랑', '태평성대' 등 5가지로 펼쳐진다.

‘한아름 보듬어 맺고 풀고’에서 한은 한(恨)이자 한(韓)으로서 하나이며 전체라는 뜻. 활기 넘치는 공간 안에서 신명을 맺고 풀 수 있는 감격의 무대를 꾸민다. (02) 399-1766

▦ 아주 특별한 가곡 이야기

11월 11일은 우리 가곡의 날. 나루아트센터엔터에서는 국내 정상의 작곡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4인의 작곡가와 함께 떠나는 ‘아주 특별한 가곡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우리 가곡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대표 작곡가들의 대표 애창 가곡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교육적인 동시에 음악적 즐거움까지 모두 충족시키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고향의 노래’와 ‘둥글게 둥글게’의 작곡가 이수인, ‘강 건너 봄이 오듯’과 ‘옛님’의 임긍수, ‘그리운 금강산’의 최영섭 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4인 작곡가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소프라노 김인혜 나경혜 유미자,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이재욱, 바리톤 최종우 등 국내 정상의 성악가들이 환상의 소리로 그리운 가곡들을 들려줘 듣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름답게 울려준다.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양일오가 지휘를 맡았다. (02) 2049-470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