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미국 메인주의 날씨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한국의 날씨를 전해주는 일기예보에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면, 여기서도 기온이 내려간다. 나의 착각일는지 모르지만.

두 나라 사이에 날씨는 비슷할지 몰라도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은 ‘소송천국’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법대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미국인들은 소송을 너무 좋아한다. 그들에게 소송은 생활의 일부분이다. 이는 TV프로그램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TV에 유난히 재판관련 프로그램이 많다. People’s court, Cristina’s court, Judge Alex 등등…. 나는 그중에 ‘people’s court’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재판관역을 맡은 아줌마는 정말 독하게 생겼다. 말하는 것도 똑 부러진다.

프로그램 소재는 다양하다. 주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옆집과의 담장에 있는 덤불을 누가 관리하냐를 놓고도 소송을 한다. 내 집 쪽은 내가, 옆집 담장 쪽에서 자라는 건 그 집에서 관리하면 되지만, 뿌리는 내 집에 있고 가지와 잎들은 옆집으로 뻗는 바람에 관리주체가 애매해지게 된 것. 한국에서야 그냥 아무나 관리하겠지만 미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10대 딸이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경우였다. 딸이 소송을 한 이유는 아버지가 자신의 사생활에 너무 간섭한다는 것. 딸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때문에 집에 늦게 오는 날이 많았는데 아버지는 그 일을 그만두고 일찍 귀가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으라고 했다. 하지만 딸은 죽어도 그 일을 해야겠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딸은 지금의 일자리를 포기하는 대신 아버지가 그만한 보상을 해달라고 소송을 한 거였다. 판사가 왜 그 일에 집착하냐고 물으니, 딸은 그냥 그 일이 좋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런 소송을 보면서 세 살 난 딸을 둔 부모로서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됐다. 지금도 어린 딸이 아빠 말을 잘 안 듣고 딴청을 부리는데 커서 소송이나 하지 않을지…. 미국은 애 키우기에 좋은 나라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미국에 유학 와서 초기에 소송을 당할 뻔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TV에 나오는 재판 프로그램들이 좀 황당하긴 해도 남의 일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 한 말이 생각났다. “미국에서는 누구든지 어떤 일에 대해서도 소송할 수 있다(In America, everyone can sue for anything).”

물론 그게 정상일까 하는 생각은 늘 갖고 있다. 가족끼리, 이웃끼리, 학생이 스승을, 스승이 학생을 상대로 소송하는 나라가 과연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인지 말이다.

김병철 통신원(미국 메인대학 재학)


● 물고기 악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래저래 악수할 기회가 많다. 미국의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정의된 의미를 보면 악수란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의 손을 잡으면서 가볍게 흔드는 짧은 의식을 말한다.

사실 악수라는 의식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고대 시대 때 낯선 사람을 만날 경우 그 사람의 손에 무기가 없거나 싸울 의사가 없으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때의 악수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남북한이 만나 손을 잡는 것도 하나의 예이다. 근대에 들어와서 악수는 계약을 굳건이 지키겠다는 약속의 의미가 추가됐다. 그래서 19세기까지만 해도 남과 악수를 할 때는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요즘도 기업끼리 계약이 성사됐을 때 악수 사진을 꼭 남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밖에 가식적인 호의감을 나타내는 악수가 있다. 선거철만 되면 손을 내미는 정치인들의 악수가 그러하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얼굴을 싹 바꾼다.

악수하는 방식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것을 보면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한다. 손바닥을 밑으로 향하면서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은 남을 지배하려는 성향을 지닌 인물이다. 이들은 ‘topper’라고 한다. 상하 수직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반대로 손바닥을 위로 향해 악수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수동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선거 유세를 할 때 후보들은 유권자의 두 손을 감싸 안고 악수를 한다. 이런 악수를 ‘the glove’ 라고 한다. 장갑끼듯이 상대방의 손을 싸 안고 악수를 하기 때문이다. 정치가의 악수, 혹은 세일즈맨의 악수라고도 한다. 미국인들은 잘 부탁한다며 이런 악수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외 악수법으로는 물고기 악수가 있다. ‘fish shake’라고 하며 ‘dead fish shake’로 표현하기도 한다. 힘없이 상대의 손을 슬쩍 잡고 마는 악수인데 마치 죽은 물고기를 만지는 듯한 기분이다. 상대방이 물고기 악수를 할 경우 무성의하게 보이고 신뢰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열정이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기분마저 든다. 악수를 받는 사람도 기운이 빠진다. 자신감이 부족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이런 물고기 악수를 한다.

악수는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의례이다. 상대방의 손을 약간 힘있게 잡고 정성스럽게 악수를 한다면 나의 첫인상이 그만큼 달라지지 않을까.

김수영 통신원(미국 조지아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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