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수 지음

국내 산의 대동여지도 격인 방대한 등산길 안내서가 나왔다. 전국의 대표적인 명산은 물론 지방의 웬만한 산을 망라한 총 555개 산의 지도와 등산 기점, 다양한 등산로, 교통편을 소개하고 있다.

산이 좋아 산에 미친 팔순의 저자가 일생 동안 그 모든 산들을 여러 차례 오르며 기록해 놓았던 것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미 ‘222산행기’, ‘한국 400산행기’ 책을 써 등산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저자는 이번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산을 다룬 등산 길라잡이 책을 펴내 자신의 종전 기록을 깼다. 지도 한 장 한 장에 노(老)산사나이의 열정과 땀이 물씬 풍겨난다.

우선 지도 개념도는 국립지리원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세(細)능선까지 자세히 표시해 등산 초행자들도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찾아갈 수 있도록 했고, 등산로 코스마다 소요 시간까지 친절하게 적어 놓았다. 이밖에 주차는 어디에서 하고, 그 산의 지리에 가장 밝은 동네 사람은 누구이며, 당일 산행이 불가능한 오지의 산을 오를 경우 숙식이 가능한 민박집은 어디인지까지 꼼꼼하게 수록했다. 깊은솔 발행. 4만9,800원.

▲ 어머니의 수저/ 윤대녕 지음

‘은어낚시통신’의 작가가 이번엔 맛있는 책을 냈다. 그러나 밥상의 기본인 수저로 첫 장을 여는 이 책에서 ‘맛’을 다룬 여느 책들처럼 맛집 열거를 기대해선 적잖이 실망한다. 다루는 먹을거리들도 대부분 장아찌, 된장, 명태 등 하나같이 소박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애걔”했다간 작가가 선사하는 맛깔스러움을 놓친다.

어머니의 밥상에 오를 만한 이런 맛들은 두고두고 생각나는 신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거식증에 시달리며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때 저자의 입맛을 되찾아준 것은 오래된 식당에서 먹어본 솔향내 나는 묵은지였다고 한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곳 사방 십리에서 난 음식을 먹어야 무병장수한다.” 신토불이를 뜻하는 이 말을 증명하려는 듯 저자는 글로 푸짐한 한식 상차림을 차려낸다. 간장을 ‘달항아리의 얼룩’에 비유하는 특유의 시적인 문체만 맛봐도 충분히 배가 불러오는 책이다. 웅진지식하우스 발행. 9,800원.

▲ 엘리펀트맨/ 크리스틴 스팍스 지음/ 성귀수 옮김

19세기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코끼리를 닮은 기괴한 외모로 ‘엘리펀트맨’이라 불렸던 조지프 캐리 메릭의 비극적인 삶을 담은 실화 소설. 1980년엔 영화로 만들어져 기형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을 질타,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뼛속까지 종양이 자라 온몸이 뒤틀리는 기형인 ‘신경섬유종증’을 앓았던 메릭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구빈원을 전전하다 곡예단에 팔려가 만인의 구경거리가 된다.

어른 허리통만 한 머리와 온몸을 뒤덮고 있는 꽃양배추 모양의 종양. 그러나 거기에 깃든 순수한 영혼은 멋진 외모를 가진 세상의 어떤 이보다 더 아름다웠다.

예술을 사랑했고 자신을 버린 어머니마저 증오하지 않고 되레 그리워했던 착한 청년이었다. 큰 머리 때문에 항상 웅크려 잤던 그는 자신의 평생 소원인 반듯하게 누워 잠자기를 시도하며 숨을 거둔다. 그의 고향인 영국 레스터 어귀에는 다음과 같은 추모문패가 세워졌다. “모든 세대,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존엄성의 참다운 귀감이 된 자.” 작가정신 발행.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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