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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여행] 영등포 '함흥냉면'
간재미 삭혀 얹은 회냉면 이북 맛이네



비빔회냉면과 양은주전자, 그리고 ‘각컵’.

서울에서 이북식 냉면을 맛보려면? 대부분 오장동이나 필동, 장충동, 을지로 등을 찾는다. 전통 있고 이름난 냉면집들이 이 부근에 많이 몰려 있어서다.

그럼 이북의 맛을 담고 있는 냉면집이 다른 동네에는 없을까. 적어도 영등포에서만은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영등포 경방필 백화점 건너편 골목 안에 자리한 ‘함흥냉면’집이 있기 때문이다. 상호 그대로 함흥식 냉면을 내놓는다. 함경도 흥남 출신인 주인 이태로 씨가 1967년 문을 열었으니 벌써 40년이나 됐다.

보통 함흥식 비빔냉면을 먹기 전에는 육수가 나온다. 이 집도 예외는 아니다. 노란 양은 주전자에 컵 옆면에 각이 진 일명 ‘각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릴 적 초등학교때 식수 컵으로, 어르신들이 다방에서 뜨거운 보리차를 드시던 그 컵 그대로다. 그래서 그런지 컵 모양만으로도 옛날 추억을 되새기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양은 주전자 만큼이나 컵에 따른 육수도 뜨겁기만 하다. 약간은 달짝지근한 것이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담고 있다. 사골과 양지, 도가니 등을 하루 이틀 푹 고아 각종 야채와 무, 양파 등과 함께 우려낸 것이 맛의 비결.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컵과 주전자 만큼 40년째 한결같이 지켜오고 있는 맛이다.

컵에서는 노란색에 가깝게 보이던 육수가 주전자 안을 열어 보면 조금은 발그스름하게 보인다. 약간 매콤한 맛을 더하려고 다대기를 넣은 탓이다. 마시면 속이 풀린다고 아침 해장 손님들도 즐겨 찾는다. 그래서 이곳에선 육수라 하지 않고 장국이라고도 부른다.

함흥식답게 역시 비빔냉면, 그중에서도 비빔회냉면이 간판 메뉴다. 비빔냉면 위에 홍어류에 속하는 간재미를 삭혀 얹어낸다. 간재미는 감초와 간장에 담가 놓아 절임처럼 양념 맛이 배이도록 하는 것이 특징. 회인데도 씹는 맛이 부드럽다. 거기에 다대기 양념이 더해진다.

고구마 전분만으로 뽑아낸 면은 쫄깃하면서도 먹고 나면 속이 꽉 차는 듯하다. 주문을 받은 후에야 면을 뽑아내기 때문에 냉면의 생명력이랄 수 있는 쫄깃한 질감을 항상 유지한다. 면을 뽑을 때도 가위를 쓰지 않고 대신 손으로 끊어 1인분씩 자른다고. 찬물로 즉시 씻어줘 ‘잔뜩 웅크린’ 면은 더 쫄깃해진다.

비빔냉면의 맛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양념 다대기에는 특히 참기름이 듬뿍 들어간다. 때문에 맵고 시큼한 듯하면서도 고소함이 배어 있다. 인근 참기름집에서 직접 재래식으로 짜서 가져 온다. 재래식으로 뽑는 참기름은 기계보다 더 오래 볶아야 되고 힘도 많이 들지만 전통 맛을 지키기 위해 계속 고집하고 있다. 요즘 식당에서는 보기 드물게, 식탁 위에도 참기름통이 놓여 있다.

겨울이 되면 이 집은 만두국으로도 유명하다. 직접 담근 김장김치로 큼지막하게 만든 김치만두 4알이 나온다. 2중 진공 그릇에 진한 국물이 듬뿍 담겨 나오는데 식사 끝날 때까지 따뜻한 만두를 먹으라는 배려다.

메뉴 회냉면과 비빔냉면, 물냉면, 김치만두국이 6,000원씩, 홍어회와 만두전골(겨울용)까지가 메뉴판 전부다.

찾아가는 길 서울 영등포 중앙시장 건너편 국민은행 후문 앞. (02)2678-2722



입력시간 : 2006/11/27 18:41




글ㆍ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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