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저자는 자신이 편집장을 맡고 있는 유명 IT잡지 <와이어드>에 롱테일(The Long Tail·긴 꼬리)이란 개념을 처음 언급했다. 이 책은 스스로 주창한 ‘이론’을 실증하고 정교화하려는 2년 여의 노작이다. 롱테일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는 ‘수요곡선’을 동원해 설명한다.

이 그래프는 우하향한다는 점에서 통상적 수요곡선과 같지만 변수는 다르다. 세로-가로축에 수요량-가격 대신 수요량(매출)-상품 종류를 놓았다. 즉 잘 팔리는 순서대로 상품을 나열한 것으로 수학적 함수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판매자라면 당연히 매출액 정점에 가까운 히트상품을 취급하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매출액이 0에 닿을락말락 길게 뻗은 곡선 오른편에 주목한다. 긴 꼬리를 닮은, 그간 하찮게 여겨지던 상품 집단이 바로 신(新)경제의 ‘엘도라도’라고 주장한다.

롱테일 이론이 먹히는 신경제는 온라인 상거래다. 수요곡선의 꼬리와 가로축 사이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수익은 꼬리가 길면 길수록 증가하게 마련이다. 구비한 상품 종류가 한없이 많아야 한다는 것인데 진열 공간에 한계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선 언감생심이다. 온라인 시장이라도 책처럼 물리적 부피를 가진 상품보다 저장 및 유통 비용이 거의 안드는 파일 형태가 롱테일 전략에 적실하다.

저자는 유명 온라인 기업의 실적 연구를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 3개월 기준으로 아마존은 상위 10만 종의 책 중 98%를 한 권 이상 팔았고, 넷플릭스는 DVD 수만 종 중 95%를 대여하는 실적을 올렸다. 디지털 음원을 파는 랩소디의 경우 판매 순위 2만5,000~10만 번째 곡-오프라인에선 거의 안 팔리는 상품-의 매출액이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저자는 온라인 특유의 문화가 고수익의 꼬리를 튼실히 키우는 옥토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 그 가운데 생산도구 대중화, 틈새시장 활성화, 수요-공급 연결 메커니즘을 롱테일의 3가지 동인(動因)으로 꼽는다. 수많은 예비 연예인들이 인터넷과 각종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손쉽게 대중에게 재능을 선뵌다.

인터넷은 이렇게 쏟아지는 콘텐츠를 상업화할 수 있는 효율적 장터다. 간단한 조작으로 매장을 만들 수 있고, 보관·유통비는 제로에 가까우며, 손님을 맞는 데 성가신 제약이 없다. 자기 노출의 욕구가 고스란히 상품성을 띠는 공간에서 수요와 공급을 잇는 메커니즘은 더없이 중요하다. 구글로 대표되는 고도의 검색 기능이나 활성화된 리뷰·추천 문화는 콘텐츠의 바다에 있는 무수한 틈새시장의 심해로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한다.

나아가 이 책은 기존 경제학에서 공리(公理)로 여겨지던 희소성의 법칙을 과감히 공박한다. 온라인 경제에서 공급은 끊임없이 증식되는 풍요로운 상태라, 상품을 ‘구하기 어려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흔치 않다는 것.

하지만 균질한 복제가 무한히 가능한 디지털 파일 상품이라면 모를까, 이베이나 아마존처럼 실물을 거래하는 온라인 시장은 여전히 희소성의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저자는 또 ‘판매순위 상위 20% 상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변형된 파레토 법칙-원래는 소유의 불평등에 관한 명제다-을 언급하는데, 몇몇 서평자가 오해한 것과 달리, 온라인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남을 순순히 인정한다. 단지 롱테일 이론에 비춰볼 때 온라인에선 매출 편중의 정도가 오프라인에 비해 덜하다고 주장할 뿐이다.

논지는 이렇듯 분명하게 파악되지만 14개 장으로 이뤄진 책의 전체 구성은 꽤 산만하다. 4, 8, 13, 14장 정도만 읽어도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이해될 정도다. 네티즌의 생태학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에 상당량을 할애하고 있는 나머지 부분은 롱테일 개념을 심화시킨다기보단 겉돌게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논의 수준을 적절히 한정하지 못한 과욕에서 기인한 바 크다. 사실 롱테일은 온라인 경제, 그중에서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라는 제한된 범위 정도만 책임질 수 있는 관점 아닐까. 그가 새로운 ‘경제학 이론’의 주창자가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전략으로 롱테일을 특화했다면 책은 훨씬 더 명쾌하고 파급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