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역 2곳을 비롯, 전국 42곳에 터 잡은 조선왕릉에 대한 알찬 안내서다. 현직 기자이자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해박한 역사 지식과 꼼꼼한 관찰력을 날줄과 씨줄로 엮은 왕릉 답사기를 왕의 재위 순서에 따라 배치했다. 왕릉에 얽힌 추억이나 단상, 알아둘 만한 지식을 담은 수필을 답사기와 번갈아 갈무리해 편집의 단조로움을 걷어냈다.

연산군이 독살당했다는 도발적 역사 해석, 600년 자란 함흥갈대의 비밀, 터와 관련된 풍수지리, 왕과 왕비의 장례절차, 왕릉 근처에 숯불갈비집이 많은 연유 등을 소개하는 글 등은 읽는 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사진 자료가 풍성해 자칫 낯설게 느껴지기 쉬운 조선왕릉의 문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자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20개월 동안 연재한 글을 두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한성희 지음. 솔지미디어 발행. 각 권 1만5,000원.

●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 / 정준호 지음

<음악이 첫째, 말은 둘째>라는 오페라를 작곡한 18세기의 작곡가 살리에리. 이 책을 줄곧 관통하는 것은 18세기 이후 200여 년간 서양 클래식 음악계에서 이 제목이 던진 화두다. ‘시는 그 자체로 완벽해서 다른 예술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인과 ‘무릇 문학이란 음악의 옷을 입고서야 진정한 예술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작곡가가 대립할 수 있다는 것. 실제는 어떨까. 음악이든 문학이든 장르를 초월해 교감을 가짐으로써 대작이 탄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베토벤은 실러의 시 ‘환희에게(An die Freude)’를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최후의 교향곡이자 걸작인 <합창 교향곡>으로 완성했고,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은 베토벤의 32번 피아노 소나타에서 영감을 받아 장편소설 ‘파우스트 박사’를 쓴 것이 한 예이다. 이 책은 ‘문학, 미술, 영화 등을 망라한 예술들과 음악의 교류’ 라는 내밀한 소통을 밝힌, 지적인 에세이다. 삼우반 발행. 1만2,000원.

●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 민현식 지음

건축은 단순히 ‘집만을 짓는 일’이 아니다. 세계 관광 명소가 대부분 건축물로 이루어진 것은 돌과 벽돌 하나하나에도 그 시대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직업이기도 한 건축가를 ‘형평을 이루어 세상을 보고 시대를 진단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건축의 진실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스스로 건축의 가치를 느껴보라’고 권유한다.

우리 주변에는 속도와 개발에 치이고 상업주의에 물든, 현대의 차가운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 책은 사라진 골목길의 정겨움을 떠올리게 하는 최문규의 ‘쌈지길’, 축제를 도시의 일상으로 구현한 황일인의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영화의 본질을 건축에 담은 김준성의 아트레온 극장 등을 비롯한 19개의 건축물을 선택해, 그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건축가들의 미학과 감수성을 짚어준다. ‘이 땅 이 시대,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뼈대 세우기 작업이다. 돌베개 발행.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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