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에서 뜬 스타 아나운서들 프리랜서 선언 잇달아

‘그들은 왜 방송사를 떠나는가.’

지상파 방송 3사 아나운서들이 소속사를 떠나 프리랜서 활동에 나서는 경향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들어 KBS의 간판 여성아나운서인 강수정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했고, 중견 김병찬도 KBS를 떠났다. 이들 외에도 방송사 별로 2,3명씩의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결혼과 함께 활동을 중단한 노현정 아나운서도 당초 휴직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직을 택했다.

근래 2,3년 동안 방송사를 떠나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정지영, 박나림, 진양혜 아나운서 등까지 감안하면 최근 아나운서계의 움직임은 가히 ‘엑소더스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과거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선언하고 나가는 경우, 남자는 10년이 넘은 차장급이 보통이고, 여자들은 7~8년 경력을 쌓은 후가 일반적이었는데 이보다 속도가 더 빨라지는 듯한 모습이 최근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스타 아나운서로 자리잡으면 거의 곧바로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인 셈이다.

왜 이들은 방송사라는 안정된 일터를 박차고 나가려 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실제로 주어지는 실익이 과연 얼마나 대단하길래 홀로서기라는 외로운 길을 택하는 것일까.

스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배경은 무엇보다 방송사에 소속돼 있기에 인기와 위상에 걸맞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지만 야근과 새벽 근무, 밤샘 등 온갖 궂은 일도 해야 한다는 불만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강수정 아나운서의 경우 가장 바쁠 때엔 5개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면서도 라디오 뉴스, 당직 근무 등을 해야 했기에 1년여 기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오락프로그램 출연료는 회당 고작 2, 3만원에 불과해 경제적 보상 또한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KBS의 경우, 전국 지방 계열사와 근무 형평상 순환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치 않은 시점에 지방 근무를 내려가야 하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나 근무 여건에 있어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얼마 전 공개된 국감자료에서 유재석 등 특A급 MC는 60분물 프로그램 출연에 회당 9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A급 이상으로 평가될 만할 방송사 소속 스타 아나운서들이 2, 3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점은 분명 프리랜서 선언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이들은 프리랜서로 나서면 적어도 회당 300만~500만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보장 받게 된다. 1주일에 1개 프로그램에만 출연해도 적어도 2억원에 가까운 연 수입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방송사 소속일 때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CF도 자유롭게 출연할 수 있다. 당연히 억대 개런티가 보장된다. ‘프리랜서 선언 2년 안에 10억원을 못 벌 것 같으면 나갈 생각도 하지 말라’는 속설도 있을 정도다. 여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즐기면서도 고소득이 보장되니 스타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를 고려할 만하다.

이 같은 환경 아래 각 방송사 내부에는 프리랜서를 선언하려고 하는 동요의 움직임이 상당수 포착되곤 한다. 방송사 차원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단속이 필요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S 아나운서협회는 프리랜서를 선언할 경우 일정 기간 KBS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도록 하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프로그램 제작진과 협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나운서협회 차원에서 강행할 계획이다. 강수정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1호가 돼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아나운서팀은 이 방침을 들어 장기간 강수정에 대한 설득 작업을 폈지만 그녀는 만류를 뿌리치고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프리랜서에 더 큰 실익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는 시청자와 프로그램을 이어주는 방송의 얼굴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진행되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사에 몸담고 있는 한 중견 아나운서는 “아나운서의 인기는 프로그램 덕분이지 자신의 역량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최근 실리를 좇는 젊은 아나운서들은 이점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자칫 돈과 인기에 중심을 잃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