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의 땅이 워낙 넓다보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한국에서 열차를 타는 것만큼이나 일반화되어 있다. 업무차 혹은 장거리 여행을 할 경우 비행기는 편리해 자주 이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요령을 잘 알아두면 교통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나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미국에서 알뜰 비행기여행법을 알려주고 싶다. 솔직히 말해 내가 항공요금을 줄일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두 가지 정도만 신경 쓰면 된다.

첫째, 손품을 파는 것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인터넷 시대가 아니던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을 위해 항공권을 인터넷으로 판매하지 않는 항공사나 여행사는 없다. 날을 잡아 하루종일 항공사를 링크해보자. 그러면 어느 정도 가격에 대한 감이 잡힐 것이다. 두 번째는 항공요금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안전 등을 깐깐하게 점검해야 되겠지만 때로는 선택의 폭을 넓혀 고려해야 할 부문들이 많다.

중소항공사, 환승 여부, 비행 시간대, 도착 공항 등등. 우선, 항공사 선택이 중요하다. 어느 회사가 좋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항공사들이 무수히 많다. 널리 알려져 있는 유나이티드, 아메리칸에어, 델타, 노스웨스트, 컨티넨탈, US airways, ATA는 말할 것도 없고 알래스카항공, 아메리칸웨스트항공(American west air), 프론티어, TED, SONG, AA Eagle, 사우스웨스트, 제트블루, comair, 에어트랜 등 다양하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항공사도 있을 것이다. 전국을 운행하는 메이저 항공사들은 비행편이 많은 대신 요금은 다소 비싸다. 반면 군소 저가항공사들은 노선도 별로 없고, 규모가 작은 동네 공항을 사용하기에 요금이 파격적으로 싸다. 보스턴-샌프란시스코 왕복 항공요금이 평균 300달러 정도이지만, 일부 저가항공사들은 편도 79달러에 티켓을 팔기도 한다. 비행기로 3,000km 거리를 타고 가는데 요금이 10만원도 안 되는 셈이다. 열차 요금보다 더 싸지 않을까.

그렇다면 안전이나 기내 서비스가 형편없을 것 아니냐구?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군소항공사들은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노선을 몇 개만 집중적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그 노선에 최선을 다한다. 저가항공사 제트블루가 최근 취항한 비행기는 시트가 가죽이며, 자리마다 위성TV도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UA)이나 아메리칸항공(AA)의 승무원 중에는 아줌마들이 많다. 재수없으면 대단히 불친절한 승무원을 만날 수도 한다. 일부 항공사는 연착으로 악명 놓기도 하다. ATA는 정시 출발, 정시 도착이 거의 60%대라고도 한다.

모든 항공사들은 자기 회사의 비행기를 집중적으로 계류해둔 중심 공항이 있다. 이를 ‘허브 공항’이라고 한다. UA는 시카고 오헤어, 델타는 솔트레이크 시티와 아틀랜타, 컨티넨탈은 덴버와 휴스턴, 뉴왁, 노스웨스트는 미니애폴리스와 디트로이트에 허브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 지역으로 갈 때는 현지에 허브 공항을 두고 있는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가격이 싸고, 비행편도 많을 것이다. 다음은 도중에 환승하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직항을 이용하면 물론 편하다. 플로리다에서 LA로 가면서 중간에 시카고에서 갈아타야 한다면 피곤하고 짜증이 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중간에 한번쯤 갈아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갈아타면 가격이 그만큼 싸지기 때문이다. 비행하는 시간대도 요금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수요가 넘치는 시간대는 당연히 비싸다. 주말 비행기가 비싸겠거니 하고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대도시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이용하는 단거리 노선(Delta Shuttle, United express)은 오히려 주말 요금이 주중보다 더 싸다.

또한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밤 늦게 도착하는 비행 시간을 이용해도 가격이 싸다. 일반적으로 화-목 항공요금이 금-일요일보다 싼 편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도착공항이다. 요금이 싼 비행기를 탄답시고 한밤중에 워싱턴 덜레스에 도착하는 노선을 이용했는데, 막상 내려보니 시내가 40km나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만저만한 낭패가 아니다.

택시비로만 5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사 에어트랜은 워싱턴에 취항하지만, 사실은 볼티모어에 내린다. 미드웨스트항공은 시카고에 취항하지만, 오헤어가 아닌 미드웨이공항에 내린다.

따라서 미국에서 비행기 여행을 할 경우, 위의 모든 요소들을 융통성 있게 고려해 인터넷으로 저가항공사 티켓을 구매한다면 의외로 값싸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정 통신원(미국 시카고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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