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유강은 옮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위협과 핵무기 테러리즘의 위협을 과대평가했다. (중략) 선제 공격이나 선제 공격 위협은 핵 확산을 억지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핵 확산의 자극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이론가에서 지금은 비판자로 돌아선 세계적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폴 D. 울포위츠 밑에서 일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자는 오늘날 미국이 대외적으로 외교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네오콘의 대외정책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부시의 대외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 문제를 제시한다. 이라크의 미래에 대해 너무 낙관했고 북한을 오로지 압박만으로 핵실험을 중단시키겠다는 생각이 너무도 순진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후쿠야마는 첫째, 미국은 다다자주의적 세계를 위해 노력할 것, 둘째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변신할 것, 셋째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국제 기구를 만들어 갈 것을 충고한다.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 1만2,000원.

▲ 지혜의 일곱 기둥 1,2,3/ T.E. 로렌스 지음, 최인자 옮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우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로렌스의 대작 <지혜의 일곱 기둥>이 국내 처음으로 완역됐다. 무대는 세계 1차 대전. 영국은 독일의 동맹국인 터키를 격퇴하기 위해 아랍인에게 자치 정부를 약속하며 그들을 이용했다. 전쟁에 승리한 후 영국은 냉혹하게 그 약속을 저버렸다. 이 책은 사해 전투 등 전쟁의 기록을 많이 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류이다.

오히려 열강의 이율배반을 잘 알면서도 아랍인들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싸운, 고뇌하는 로렌스의 내면 기록이 본류이다. 그래서 자신의 행위가 자유를 향한 거대한 의지에, 광활한 사막에, 한낱 점으로 존재함을, 그리고 '부서지기 쉬운 그물 속에 놓여 있음'을 독백하는 로렌스는 "실패를 부르짖으며 죽음에 이를 때까지 싸운다"고 극단적인 허무감을 토로한다. 구약성서 잠언 9장 1절 "지혜가 그 집을 짓고 일곱 기둥을 다듬고"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아랍인과 스스로를 속였던 자신에 대한 속죄의 고백서일는지 모른다. 웅진문학에디션 뿔 발행. 각 권 1만8,000원.

▲ 근대를 다시 읽는다 1,2/ 윤해동 등 엮음

광복 이후 격렬했던 좌우 이데올리기 대립과 갈등만큼이나 광복 전후사를 둘러싼 성격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크다. 올해 초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을 비판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이 나온 후 그 논쟁은 다시 불불었다. 심지어 보수 언론이 <재인식>을 뉴라이트의 교과서인 양 간주하면서 건전한 논쟁이 아니라 이념 갈등 양상을 빚기까지 했다. 두 권으로 엮은 이 책은 <인식>의 민족주의 시각과 <재인식>의 국가주의 시각의 대립을 지양해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논문집이다.

1990년대 이후 활동한 젊은 학자 28명이 참여하여 '탈근대'라는 관점에서 대안을 지향하고 있다. 필자들은 식민지의 경험도 새롭게 해석한다. 식민지를 '근대'의 고유하고 중요한 현상의 일부로 보고 '식민지 근대'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친일 행위도 '민족에 대한 배신' 같은 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설명한다. 역사비평사 발행. 각 권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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