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신의 아그네스'

당대 최고의 배우 박정자와 손숙이 1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2007년 1월 9일부터 2월 7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신의 아그네스’는 1983년 국내 초연 이후 윤석화, 신애라, 김혜수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연극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원작자는 미국의 인기 희곡작가 존 필미어. ‘갓 낳은 아기를 목 졸라 죽인 수녀’라는 충격적 소재를 다뤘다.

등장 인물 간의 치밀한 심리 묘사와 효과적인 극작술, 성가, 외설스러운 노래, 손바닥 출혈 등의 무대 효과가 시종일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천주교도인 작가가 밝힌 작품의 사상적 뿌리는 이러하다. “오늘날에도 과연 성인이 존재하는가? 기적이 실제로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는가?”

1막이 시작되기 전 작가가 덧붙이는 짧은 해설은 이 작품의 의미를 살짝 엿보게 한다. 국내 초연으로부터 20여 년이나 지나 내년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작품 속 세 여인의 삶이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여성들의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성적 학대와 버림을 받은 스물한 살의 수녀 아그네스, 22년간 결혼생활에 두 딸을 둔 엄마이지만 자식을 세상에 방치한 채 수녀로 살아가는 미리암 원장, 그리고 15세에 신의 소명을 받고 수녀가 되었지만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수녀원에서 죽어간 여동생 마리에 관한 아픔과 슬픔을 지닌 정신과의사 리빙스턴. 굴곡진 세 여인의 삶은 어머니이자, 딸, 아내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의 험난한 인생 여정과도 같다.

다르면서도 같은 세 여인의 고뇌 속에서 작품은 기적이란 신과의 관계가 아닌,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함을 새삼 일깨운다. 박정자가 미리암 원장 수녀 역을, 손숙이 닥터 리빙스턴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아그네스 역은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탤런트 전예서가 맡아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02) 3272-2334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