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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멜로드라마' 집착은 불치병?


90일 사랑할 시간 / 눈꽃 / 눈의 여왕


멜로 드라마들이 불치병으로 얼룩진 가운데 시청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고 있다.

멜로 드라마는 전통적으로 겨울 안방극장의 강자로 자리잡았지만 올 겨울에는 유난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추운 겨울엔 가슴을 포근하게 해주는 멜로 드라마가 제격이기에 매년 겨울마다 큰 인기를 모은 작품은 대부분 멜로 드라마였다. KBS 2TV ‘겨울연가’ ‘미안하다, 사랑한다’, SBS ‘천국의 계단’ ‘아름다운 날들’ 등이 ‘겨울=멜로 드라마의 계절’이라는 함수관계의 계보를 이은 작품들이다. 그러나 올 겨울에는 계보를 잇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에 맞춰 멜로 드라마들은 꾸준히 안방극장을 찾고 있지만 성적은 저조하기 그지없다.

KBS 2TV ‘눈의 여왕’, SBS ‘눈꽃’ ‘연인’, MBC ‘90일 사랑할 시간’ 등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지만 이들 작품의 시청률은 ‘연인’ 정도만이 10%대 중반을 기록할 뿐 나머지는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눈의 여왕’이 8% 안팎의 시청률로 두자릿수 시청률에 근접하고 ‘눈꽃’은 5%대 시청률에 그치고 있다. ‘90일 사랑할 시간’은 4%의 시청률로 ‘애국가 시청률’로 불리는 3%대 시청률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을 정도다.

이들 작품은 내로라하는 스타 연기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방영 전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기에 부진이 더욱 뼈아프다. 현빈-성유리 커플의 ‘눈의 여왕’, 김정은-이서진-김규리 삼각편대의 ‘연인’, 강지환-김하늘 커플의 ‘90일 사랑할 시간’, 김희애-고아라 모녀의 ‘눈꽃’ 등 흥행 보증수표들로 꾸며진 출연진의 면면만 보면 평균 이상의 시청률을 거두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성적은 이상하리만치 부진하다.

이들 멜로 드라마가 계절적 이점을 등에 업고도 극심한 부진에 빠진 이유로는 ‘통속성의 함정’이 첫 번째로 꼽힐 만하다. 이들 작품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소재는 공교롭게도 불치병이다. 주인공이 불치병을 앓는다는 설정 아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불치병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 가운데 하나다. 그 때문에 또 다른 단골 소재의 하나인 출생의 비밀과 함께 드라마를 통속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가장 구태의연한 소재로 들고나온 점에서 새로움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이들 작품은 불치병에 새로운 색깔을 입혀 색다르게 묘사하려고 했다. ‘눈의 여왕’은 근무력증이라는 이색적인 불치병을 내세워 여주인공 성유리의 삐뚤어진 캐릭터를 강조한다. 상처 입은 천재 현빈과 나누는 사랑을 절실하고 가슴 아프게 묘사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90일, 사랑할 시간’에서 불치병은 극단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장치가 된다. 강지환이 3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뒤, 사촌지간이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옛 연인 김하늘과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질 수 없는 근친애가 불치병 아래 펼쳐진다. ‘눈꽃’에서 김희애는 불치병 덕분에 딸과 화해하고, 자신을 버린 남편을 용서하게 된다. 세 작품 모두 나름대로 새로운 코드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코드들이 구태의연함을 완전히 상쇄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이들 작품이 보여준 약간의 변주는 인상적일 수 없었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인 드라마가 되고 만 채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방영 중인 작품들의 저조한 성적 외에도 멜로 드라마의 극심한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KBS 2TV ‘봄의 왈츠’ ‘구름계단’, SBS ‘천국의 나무’ ‘스마일 어게인’ ‘천국보다 낯선’,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등 올해 방영된 멜로 드라마는 대부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성적을 거뒀다. 완성도 면에서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멜로 드라마가 처한 심각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상황에서 탈출구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다가 머지않은 장래에 TV에서 멜로 드라마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입력시간 : 2006/12/26 14:20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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