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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이 본 지구촌] 조심해야 할 뉴욕 거지들 外


뉴욕, 특히 맨하탄 거리를 걷다 보면 거지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대충 헤아려봐도 한국보다 많은 것 같다. 특히 34번가 펜스테이션 주위에 많이 몰려 있다. 저녁 9시쯤 맨하탄 한인타운 건너편 아시시 성당에 갔다가 빈 박스며 헌 카펫을 둘둘 말아 길거리에서 한뎃잠을 자는 거지들을 보고 놀랐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숙하고 있었다. 주위엔 빈 술병들이 나뒹굴었다. 알콜의 힘으로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내고 있는 듯했다. 더 놀라운 것은 롱아일랜드 레일로드(LIRR) 열차를 타려고 펜스테이션으로 들어가니 그곳에서도 거지들이 많았다

거지들 중에는 진짜로 불쌍한 거지도 있지만 일부는 거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큰 물통을 앞에 놓고 돈을 모으는데 하루 일과가 끝나면 고급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거지들은 대부분 흑인이다. 어떤 흑인은 일부러 지나가는 동양인을 툭 쳐서 자신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다며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식당에서는 음식이 남아도 대부분 그냥 내다버린다. 그 아까운 음식들을 거지들에게 주면 좋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음식점 주인은 좋은 일 하다가 더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즉 그들이 음식을 먹고서 배탈이 났다거나 몸에 탈이 났다고 고소해서 돈을 뜯어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차라리 버린다는 게 낫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툭하면 고소를 해서 더 그럴 것이라 짐작된다.

나도 얼마 전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환승하려고 걸어가는데 먹고 있던 주스를 달라고 흑인이 갑자기 손을 뻗어 놀랐던 적이 있었다.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대응도 하지 않고 그냥 급히 내 갈 길을 갔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주스를 그냥 줄 걸 그랬나 후회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뉴욕 거지들의 실상을 듣고 나서는 그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국인들은 어디를 가나 정이 많은 민족이다. 그러나 뉴욕은 정보다 이성과 냉정을 더 요구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현정 통신원(미국 뉴욕 거주)




사랑은 전염되는가봐

근무하는 회사에 지난해 유난히 결혼식이 많았다. 특히 연말이 다가올수록 결혼식이나 프로포즈가 전염되듯 늘어났다. 결혼 적령기 직원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멋진 프로포즈를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주변 사람들도 기발하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모방심리 탓도 크다.

프로포즈하는 방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선 격식을 차리는 정중형이 있다. 영화에서 많이 봤듯이 청혼 반지를 사전에 준비해 연인에게 저녁을 근사한 곳에 먹으러 가자고 한 뒤 청혼을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시도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이벤트형이다. 한 직원은 저녁을 먹자고 밖으로 연인을 불러낸 뒤, 집 열쇠를 미리 친구에게 줬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몰래 자기 집에 가 장미꽃으로 거실을 장식하도록 부탁했다. 그는 저녁식사를 끝낸 후 연인을 집으로 초대해 깜짝 장면을 연출하면서 청혼했다.

세 번째는 로맨틱형이다. 저녁을 먹자고 연인을 불러낸 뒤 근처 갤러리로 데려갔다. 갤러리는 이미 그날 저녁 시간에 임대하기로 예약해놓은 것. 갤러리에는 연인이 좋아했던 사진을 바탕으로 청혼자가 직접 그린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어리둥절하던 여자 친구는 감동할 수밖에. 프로젝터에선 남자가 간밤에 만든 영화가 상영됐다. 이때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자 준비한 청혼 반지를 건넸다. 남자는 모든 장면들을 몰래 카메라에 담게 했다. 이 청혼이 사내에서 가장 화제가 된 프로포즈였다.

고교생과 중학생 자식을 둔 우리 회사 사장도 지난해 재혼했다. 동유럽 파트너와 사업을 하다보니 연락을 맡았던 카자흐스탄 여성을 자주 만나게 됐고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진 것.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미국인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은 일반 예식장이 아닌 빌딩 로비에서 의자를 갖다 놓고 진행되었다. 빌딩 로비에서 식을 올리다보니 통제가 잘 되지않아 어수선했지만 내게는 신선했다.

피로연은 뷔페로 진행되었고 사회자가 두 나라의 남녀가 어떻게 만났는지를 재밌게 소개했다. 이와 함께 각자 살아온 사진들을 영상으로 편집해 보여주었다. 참석자들이 함께 어울려 카자흐스탄과 미국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피로연은 막내렸다. 데려간 나의 어린 딸도 함께 흥겹게 춤을 추며 즐겼다.

아마도 사랑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이 되는 것 같다.

서대정 통신원(미국 하버드대학 재학)



입력시간 : 2007/01/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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