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게, 싸다니 푸짐하게 먹어보게

킹크랩(왕게)이나 대게, 털게 등 게요리 전문점은 보통 큰 맘 먹고 가게 마련이다. 대부분 코스 요리로 나오는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웬만한 유명 집에서 풀코스로 시키자면 테이블당 20만~30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때도 많다. 킹크랩은 보통 1㎏ 단위로 파는데 작은 걸 골라도 2㎏은 넘는다. 또 한가족 4명이 갈 때는 더 큰 걸 골라야만 된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코스라는 이름으로 딸려 나오는 요리는 왜 그리 많기도 한지···. 죽부터 시작해 새우, 매생이, 야채샐러드, 해물샤브샤브, 생굴모듬, 사시미(회) 등 전채 요리가 잔뜩 나오고서야 기다리던 게찜이 나온다. 같은 값이라도 줄줄이 나오는 전채 음식 대신 게 요리만 신나게 먹어볼 순 없을까. 전채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 왠지 전채로 배를 미리 채워놓은 것 같아 억울하게 느껴진다.

그런 고객들의 희망사항을 읽은 걸까, 킹크랩 등 게 요리를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최근 수원에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활게도매시장 ‘유빙’. 활게 전문 시장 겸 식당이라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2층 빌딩 외부 벽면에도 활게도매시장이라 크게 써 붙여져 있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시장에서처럼 싸게 사서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마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직접 사서 바로 옆의 식당으로 가져가면 싼 값에 회를 떠주는 것과 같은 도매시장 개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수족관이 길다랗게 들어서 있다. 살아 있는 게를 파는 곳이다. 맘에 드는 활게를 골라 무게를 재면 바로 옆에 있는 찜기에서 쪄준다. 수족관은 어찌나 큰지 많게는 게 10톤 물량이 들어갈 정도라고 한다. 고른 게를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재고 계산을 하는 것이 이어지는 순서.

그리고 2층 시식 코너(식당)로 올라가면 테이블에 앉아 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테이블당 5,000원. 게를 찌는데 걸리는 20여 분 동안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멍게나 해삼, 가리비, 산낙지, 개불, 야채 등도 접시당 1만원에 제공된다. 코스나 전채 음식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게 요리만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종전의 게 요리 전문점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굳이 게 한 마리를 쪄서 먹지 않을 때는 가벼운 게 요리만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얼큰하게 끓인 대게탕은 게 특유의 향기가 살아 있고 국물 또한 시원하다. 게를 껍질째 갈아 순두부와 함께 풀어 놓은 게장 순두부도 이 집에서만 개발한 비장의 무기. 순두부의 부드러움과 게의 향긋함이 입 안에서 잘 어우러진다. 무순이 듬뿍 들어간 대게 해장국도 술꾼들에게 인기 높은 메뉴다. 특히 고추와 피망을 접목해 재배된 전매특허 반찬인 ‘아삭’은 씹힐 때 아삭하면서도 매운맛이 간장소스의 새콤함과 너무 잘 어울려 꼭 한 종지 더 시키게 하기로 이름 높다.

메뉴 킹크랩이나 털게, 대게, 랍스터 등은 kg당 보통 2만2,000~3만원. 수족관서 죽은 선어는 1만원인데 보통 없어서 못판다. 게의 크기와 종류 등급에 따라 시세가 매일 달라진다. 수입도 직접 하기 때문에 유통 마진이 없어 국내 마트와 비교해 최저가 수준이라고 한다. 식사 메뉴인 대게해장국과 게장순두부는 5,000원씩. 대게탕 6,000원.

찾아가는 길 수원IC로 나와 좌회전 후 42번국도로 1km 가다 영통고가도로 못 미쳐 대로변 좌측. (031)893-8300, 천안점 (041)558-5665


글ㆍ사진 수원=박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