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지음, 김필수·고대혁·장승구·신창호 함께 옮김.

공자, 맹자, 한비자, 노자, 장자, 묵자는 알겠는데 관자는 누구야? 일반인들이라면 이름부터 생소할 것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나오는 관중(管仲)이라고 하면 ‘아하! 그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탁월한 현실 정치인인 관중의 사상이 집대성된 책이 바로 <관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세상에 덜 알려진 것은 내용이 방대한 데다 유가나 도가와 달리 부국강병의 실리를 담고 있어 명분을 중시하는 지식인들이 오랫동안 경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자>는 난세에 더 빛을 발하는 경세서이다.

이상론적인 도덕에 치우친 유가나 냉혹하고 무자비한 법가와는 달리,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衣食)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는 명구처럼 상공업과 농업을 발전시키고 조직과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牧民)이 관자에서 나온 말임을 보더라도 <관자>에 담겨 있는 실용적 가치를 읽을 수 있다. 경제가 어렵고 리더십이 부재한 우리 사회. 국내에 처음으로 완역된 이 책 속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소나무 발행. 3만8,000원.

위대한 영화/ 로저 에버트 지음, 최보은·윤철희 옮김

“영화는 마피아 내부의 시선을 통해 마피아를 바라본다. 그것이 바로 성공 비법이자 매력이며 마력이다.”(<대부>) “정에 호소하는 자극적인 요소나 작위적인 감정이 없다. 열등한 영화라면 이용해 먹었을 만한 순간들에서 영화는 딴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동경이야기>) 영화 저널리즘 부문에서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원로 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촌철살인 영화평들이다. <시민 케인>, <게임의 규칙>,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 흑백 무성영화부터 현대 영화까지 총 200편이 수록된 이 책은 영화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 영향력 등을 분석한 에버트의 영화 철학 및 지식의 총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한 편의 영화를 읽을 때마다 영화를 보는 안목이 시나브로 넓어짐을 느낄 수 있고, 책 두께의 위압감을 덜어주기 위해 중간중간에 곁들인 스틸 사진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자칭 영화 마니아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말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명화들을 다시 보고 싶다.” 을유문화사 발행. 각 권 2만원.

게으르지 않고 느리게 산다는 것/ 기젤라 크레머 지음/ 이민수 옮김

자동차, 인스턴트 식품,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 삶을 더 빠르고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 잇달아 발명되는 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이 없다. 최근엔 부모나 자식 역할까지도 대신해줄 ‘대행 인력’을 구하기도 한다. “부족한 것이 정말 시간뿐인가? 혹시 무엇이 중요한지 그 자체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사는지 묻는다.

그래서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은, 여유있는 삶을 위해 일기 쓰기, 주말에 과감히 빈둥거리기,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기 등 사소한 습관들을 제안한다. ‘발걸음을 크게 떼는 사람은 멀리 가지 못한다’는 노자의 말처럼 인생을 길게 보고 하루하루의 작은 아름다움을 즐기며 만족하는 삶 속에서 행복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한다. 스마트비즈니스 발행.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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