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러한 때 ‘연극의 힘’을 보여줄 수작 2편이 관객 곁으로 돌아온다. 올해로 초연 10주년을 맞는 연극 ‘용띠 위에 개띠’가 4개월 여의 휴식을 끝내고 5일부터 다시 무대에 올랐으며, 지난해 5,000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저력을 과시한 김성녀의 모노 드라마 ‘벽 속의 요정’은 19일부터 한 달간 막을 올린다.

연극 '용띠 위에 개띠'
2,600회를 넘겨 장기 흥행의 신화를 쓰고 있는 연극 ‘용띠 위에 개띠’는 2007년에도 그 신화를 이어갈 태세다. 게다가 5월 26일이면 역사적인 10주년을 맞이한다.

과연 배우 단 두 명이 출연하는 소박한 이 연극이 롱런하는 힘은 뭘까. 우선 10년 가까이 연출과 제작, 주연을 맡고 있는 배우 이도경의 활약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이도경은 영화 ‘사생결단’과 ‘와일드카드’ 등에서 개성적인 연기로 충무로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주인공. 그의 상대역으로는 백채연과 박은주가 번갈아 출연한다.

설정의 기발함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별난 부부의 결혼이야기를 다룬 가볍고 유쾌한 작품이지만, 웃음 속에 훈훈한 감동이 함께 배어 있다.

1952년생 용띠 만화가와 1958년생 개띠 잡지사 기자의 좌충우돌 해프닝. 결혼, 신혼, 출산, 결별, 재결합을 거치면서 결국에 사랑과 화합을 이루어낸다는 내용이다.

최근 ‘초스피드 이혼’이니 ‘가정 폭력’이니 하는 가정 해체 현상이 사회를 우울하게 할 때 이 연극은 그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절망적일 때가 있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 아닐는지.”

이만희 작. 매주 금, 토, 일요일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공연된다. (02) 766-1717

모노 드라마 '벽 속의 요정'
김성녀의 모노 드라마 ‘벽속의 요정’은 2005년 6월 초연 이래 매회 기립박수의 기록을 세우며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05 올해의 예술상’ ‘평론가협회 선정 우수 연극 베스트 3’, ‘동아연극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50여 년의 세월을 배경으로 1인 30역을 거뜬히 소화하는 김성녀의 명연기가 인상적이다.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흥미진진하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 각색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 상황과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의 애틋한 부성애, 그리고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온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가족과 인간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연출은 김성녀의 남편인 극단 ‘미추’의 대표 겸 예술감독 손진책이 맡았다. 19일부터 2월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감동의 무대를 펼친다. (02) 747-5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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