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무제가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한반도의 북부에 낙랑, 진번, 임둔, 현도 4개의 군현, 즉 한사군을 설치한 것이 기원전 108년. 한사군의 중심은 평양을 중심으로 서북지역을 지배한 낙랑군(서기전 108년~서기 313년)이다. 낙랑군은 이후 고구려에 멸망당할 때까지 삼한과 삼국 시대의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때문에 일제 강점기의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한반도의 고대사가 축소되고 한인(漢人) 지배를 받은 식민지였다는 타율성론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낙랑군의 실체는 무엇일까.

신진 역사학자인 저자는 낙랑 고분의 양식과 출토된 유물의 분석을 통해 지배세력의 성격을 추적한다. 그는 고조선의 지배세력의 세력적 기반이 낙랑군에서도 유지되고 있음을 밝히고 한계(漢系) 주민은 중원의 선진문물을 전파하면서 재지화(在地化)되어 갔고, 고조선계 주민은 군현 지배 구조에 편입되어 중원 문화의 세례를 받아 한화(漢化)되어 갔다고 말한다. 낙랑군은 장기간 고조선계과 한계 주민의 상호동화와 종족 융합을 통해 ‘낙랑인’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했다는 것. 고대 한반도와 중원의 관계사를 새로 규명했다. 사계절 발행. 2만5,000원.

▲ 쌀 / 쑤퉁 지음

한 톨의 쌀(米)에는 88가지의 인간의 정성과 땀이 응축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쌀은 인간의 삶 그 자체이다. 우리가 아둥바둥 사는 것도 실상은 더 많은 쌀을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중국 3세대 문학의 선봉장’인 저자의 대표적 장편소설인 이 책은 쌀을 둘러싸고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섬뜩하게 통찰한다. 1920년대~40년대 중소도시를 배경으로 쌀집 사람들 3대(代) 이야기를 담았다. 도시 문명을 상징하는 쌀집에서 그들이 쌀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증오하고, 스스로 괴물이 되어 가는 과정은 적나라하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악행을 일삼아 소설은 극단적일 정도의 ‘성악설’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남을 이겨야만 살아남는 우리 시대 경쟁 메커니즘의 말로를 보여주는 ‘전형성’이자 ‘총체성’이다.

소설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속에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도시를 떠나 환향하는 주인공이 누렇게 쌀이 익은 고향의 논밭을 떠다니는 환상 속에서 눈을 감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김은신 옮김. 아고라 발행. 9,500원.

▲ 10년 장기 불황을 이겨낸 일본 경영의 힘 / 제임스 아베글렌 지음 / 이지평 옮김

최근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환율 급락, 소비 침체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이 90년대 일본 경제 상황과 닮은꼴임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며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릴 정도로 지독한 장기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경제 구조의 틀 자체를 바꾸는 개혁을 실행한 결과, 일본은 서서히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다시 성장 가도에 올랐다.

일본 경제 전문가인 저자가 파악한 장기 불황 탈출의 비결은 ‘하이브리드 경영 전략’. 일본의 독특한 경영 문화는 지키면서 서구의 선진 경영 기법을 조화시킨 것이었다. 캐논, 도요타, 신일본제철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은 부실 사업의 과감한 정리, 통합으로 경쟁력을 되찾으면서도 종신고용제 등 ‘인간 중심’의 자사 경영 가치를 유지해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루었다. 서구의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한국 경제가 불황 극복을 위해 거울로 삼을 만한 방책이다. 청림출판 발행.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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