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애호가들이 찾아낸 '희귀한 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저마다 새로운 계획에 열심이다. 우리같이 연구하는 사람들도 올해에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떤 식물을, 어떤 곳에 가서 조사해야 하는지 계획표를 짜느라 바쁘다. 한 해 동안 이 땅에 피고 질 식물들을 앞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어서 힘들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은 즐겁다.

올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식물 중의 하나가 바로 지난해에 찾아낸 ‘가는털백미’이다. 가는털백미는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풀이다. 사실, 이 풀은 우리나라 식물 분야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별한 쓰임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별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북부지방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보니 보았다는 사람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에 발간된 식물도감이나 북한의 식물도감을 뒤적거려야 겨우 약간의 정보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방치된 식물이다.

그런데 이 식물이 지난해 인천 강화도의 한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식물을 함께 공부하고 보전하기 위해 아주 오래 전에 결성된 아마추어동호회에서 찾아냈다. 인적이 드물고 가기 힘든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그냥 이러저러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우리가 흔히 보는 평범한 바닷가 근처에서 보았다니 더 반가웠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동호회가 급격히 늘었다. 일부는 그냥 막연히 식물 사진을 찍고 싶거나 이름이 궁금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아주 더러는 애정이 지나쳐 혼자만 감상하고 싶은 욕심에 자생지의 식물을 캐와 자신의 마당에 옮겨 심는 사람들도 있다. 과욕을 부리는 그들 때문에 심각한 자연훼손 문제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식물에 취미를 가진 일반인들이 직접 조사하기도 하고, 식물학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술표본을 만들어 표본관에 보내기도 한다. 일반 식물애호가들과 연구자들이 식물사랑이라는 동일한 목표 아래 서로 아름답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선진국이 부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는털백미는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동호회 회원들과 수목원이 연계하여 우리 땅의 식물들을 정기적 조사하고 표본을 만들어 보관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값진 결과물이다. 올해에도 인천에서뿐만 아니라 한반도 구석구석에서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쁜 소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는털백미는 좀박주가리라고도 하는데 박주가리보다는 백미꽃 집안에 속하는 식물이어서 이 이름을 택했다. 본래 자생지는 몽고에서 만주를 거쳐 평안남도 지역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더 남쪽에서 발견돼 새로운 기록을 추가한 것이다. 여름이 시작할 무렵 피기 시작하여 여름내내 볼 수 있다. 순백의 아름다운 꽃이 피는데 자세히 보면 수술과 암술이 약간 뒤틀려 발달하는 꽃잎의 모양도 개성 있고 심장형의 마주 달리는 잎 모양도 귀엽다. 게다가 덩굴식물이어서 모양을 만들어 곱게 키울 수도 있을 듯싶다. 감기 및 오한의 치료를 위한 약용으로 사용한다.

지금 살고 있는 가는털백미는 15평 남짓한 곳에 100여 개체 정도의 아주 작은 집단만 확인되고 있다. 그러니 좀 더 넓은 지역에 좀 더 많은 개체가 살아야만 보전하는 데 안전할 듯하다. 우리풀, 우리나무를 소중히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귀한 식물을 알아보고 가꾸고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었으면 좋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