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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풍의 고즈넉한 聖所 종소리에 '마음의 평화' 얻고…
[여행] 아산 공세리 성당

고딕 양식의 공세리 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힌다.(공세리 성당 내부)






현대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잠시 짬을 내서 산속의 절집을 찾곤 한다. 이는 아마도 부처님 계신 대웅전에 들러 삼 배를 올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풍경 소리 들려오는 절집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 굳이 종교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절집에서 자그마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아산만을 지켜온 성당의 종소리

그런데 이게 절집뿐일까? 종소리 들려오는 교회는 어떻고, 찬송가 울려 퍼지는 성당이면 또 어떤가. 가서 조용히 쉴 만한 공간만 있다면 굳이 예배를 올리지 않아도, 잠시만 기웃거려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공간을 찾고 있었다면 이번 주엔 성당을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 중세의 사원처럼 고즈넉하면서도 종교적인 분위기 물씬 풍기는 성당을.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서해대교를 건너기 전에 서평택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달리면 곧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에 걸려든다. 아산만이다. 이어 아산만방조제를 건너면, 국도가 갈리는 삼거리 맞은 편 언덕에 성당 건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아산 공세리 성당이다.

성당 둘레의 산책길에는 예수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는 조형물이 있다.
봄에는 붉은 영산홍이 언덕을 수놓고, 여름이면 상사화가 눈길을 끌고, 가을이면 오색의 단풍…. 뿐만 아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설경도 아름답다. 그러나 눈이 내리지 않았다 해도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 300년 수령의 아름드리 나목들 빈 가지 너머로 보이는 성당 건물은 어디에서 보든지 중세풍의 유화를 감상하는 것만 같다. 이렇듯 고즈넉한 주변 분위기는 굳이 미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해준다.

성당 둘레로는 수녀님이나 신부님의 산책 코스로 쓰일 듯한 한적한 오솔길이 마련되어 있다. 한 바퀴 도는 데 겨우 5분도 채 안 걸리는 짧은 거리지만 온갖 수목으로 둘러싸여 있어 참 포근하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여기엔 예수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는 14처마다 수난 상징의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어 종교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이런 덕에 성당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시작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불새’, ‘고스트맘마’, 그리고 이런저런 뮤직비디오 등의 성당 배경은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가수 안치환이 성당의 은행나무 아래서 썼다는 노랫말도 궁금하다.

해운판관비
원래 이 언덕은 일찍이 조선 시대 때 아산·서산·한산을 비롯해 멀리 청주·문의·옥천·회인 등 충청도 지방 39개 목·군·현에서 거둬들인 조세(租稅)를 쌓아 두던 공세(貢稅) 창고가 있던 곳으로서 ‘공진창’이 처음 명칭이다. 1478년(성종 9) 모든 제도가 정비되면서 충청도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은 모두 이곳으로 모았다가 일정한 시기에 서울의 창고로 운송하도록 하였는데, 처음에는 창고가 없어 밖에 쌓아 두다가 1523년(중종 18)에 비로소 80칸짜리 창고를 건축하였다. 이곳에 조세로 바친 쌀을 모아 두었다가 수로 500리 길을 따라 선박으로 옮겼다.

그러다 고종 때 이 제도가 폐지되자 1895년 당시 마을 신자의 집을 임시로 사용하여 복음을 전파하던 파리 외방 선교회 드비즈(에밀리오) 신부가 창고 건물을 헐고 구(舊) 본당 및 사제관 건물을 세웠다. 1897년의 일이다. 지금도 성당 주변으로는 조선 시대 성(城)의 흔적이 680m 정도 희미하게 남아 있고, 성당 입구의 인주 농협 앞에는 6개의 해운판관비가 서있다.

1922년 드비즈 신부가 지은 성당

지금의 고딕 양식 성당은 프랑스 출신의 드비즈 신부가 1922년에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은 것이다. 설계는 드비즈 신부가 직접한 것이라 하니 그는 건축학에도 일가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건축 당시에 아산 지방의 명물로서 이름을 날리며 멀리서부터 많은 구경꾼이 몰려왔다고 한다.

공세리 성당의 초대 주임을 지냈던 드비즈 신부는 2대 기낭 신부가 1년 만에 전임하자 다시 3대 주임으로 부임해 1930년까지 무려 34년 동안이나 머물며 공세리 성당의 기반을 굳건히 다졌다. 드비즈 신부는 지역 교육사업과 의료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자신이 직접 조제한 한방의술을 활용해 한국인들을 살폈는데, 유명한 ‘이명래 고약’은 드비즈 신부가 제조한 것이라 한다. 이 고약은 처음에는 드비즈 신부의 한국 이름을 따서 ‘성일론(成一論) 고약’이라 했고, 나중에 드비즈 신부의 심부름꾼이었던 이명래에게 전수되면서 ‘이명래 고약’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공세리 성당은 천주교 신자들에겐 순교 성지다. 조선 후기의 4대 박해에서 희생당한 총 순교자는 1만 명 정도라 한다. 이 중 아산, 서산, 당진, 홍성, 예산 등 내포를 비롯한 충청권의 희생자가 무려 60~70% 정도나 된다. 공세리 성당 출신의 순교자도 28명에 이르고, 이 중 박의서(사바스)·원서(마르코)·익서(미상) 3형제 순교자의 묘가 성당 옆에 남아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가면 미사를 드릴 수 있다. 홈페이지 http://gongseri.yesumam.org

▲ 여행정보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 38번 국도→ 포승→ 아산만방조제→ 39번 국도→ 공세리 성당. 수도권에서 1시간30분 소요.

숙식 아산만방조제와 삽교천방조제 사이에 있는 인주면 일대는 오래 전부터 장어구이촌으로 유명하다. 간장 소스와 고추장을 발라 맛깔스럽게 구워낸 장어구이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옛날돌집(041-533-2241) 등이 잘 알려져 있다. 1kg(46,000원)이면 성인 2~3인이 적당하게 맛볼 수 있다. 아산만 해안도로 중간중간에 모텔 등의 숙박 시설이 있으나 가족 여행에서는 마땅치 않다. 아산온천타운의 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온양 시내에도 숙식할 곳이 많다.



입력시간 : 2007/01/29 14:07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m@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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