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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뜨거운 열기로 추인 녹인 '佛뮤지컬 대작'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작다운 면모를 십분 과시했다. 감미로우면서도 강렬하다. 공연계 비수기로 통하는 1, 2월에 공연됨에도 개막 전 4만석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이미 흥행 돌풍을 예고한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스 3대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 중 가장 늦게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 지만, 기다림을 헛되게 하지 않았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의 고전을 따르면서도, 따분하지 않은 긴장감을 부여한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진행되는 기존 프랑스 뮤지컬과 달리 중간중간에 대사가 삽입된 것이 특징. 다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음악과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의 지루함을 극복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기자는 노래만, 무용수는 춤만 추는 프랑스 뮤지컬의 또 다른 틀도 버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하지만 가창력의 흔들림은 없다. 작품의 초연 당시 18세의 풋풋한 젊음을 뿜어내던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는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시원한 가창력으로 관객들의 귀를 홀린다. 줄리엣과의 사랑 장면에서 드러내는 상반신의 탄탄함도 보기에 좋다. 라코스테, 베네통 등의 광고 모델로도 유명한 줄리엣 역의 조이 에스뗄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무엇보다 가장 강렬한 사랑의 비극을 가슴 깊이 밀어넣는 것은 바로 환상적인 뮤지컬 넘버. 유럽 최고의 마에스트로로 인정 받는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음악은 그야말로 ‘예술’의 진가를 보여준다. 감미로운 프렌치 샹송을 기본으로, 강렬한 비트의 록 음악을 변주하여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선율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2001년 프랑스 초연 당시 Aimer(사랑한다는 건)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을 프랑스 음악 차트 정상에 올렸고, 이후 700만장 이상의 CD, DVD를 판매한 저력이 과감 없이 드러난다.

논쟁거리를 불러일으킬 만한 고전의 새로운 해석은 무대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두 연인의 죽음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잃는 로렌스 신부, 캐플렛 부인보다 줄리엣을 더 사랑하는 유모, 순종적이지 않은 줄리엣, 그리고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죽음의 여신과 시인의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안무도 수준급이다. 일정하게 짜여진 브로드웨이식 군무가 아닌 자유롭고 속박되지 않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채워진다. 현대무용에서 기계체조, 애크러배틱, 비보이의 브레이크 댄스까지 총망라했다. 단 안무는 (장르의 속박 없이) 자유롭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프랑스에서 공수된 무대도 현대적이지만, 자칫 단조롭게 비춰지기도 한다. 여하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간 전 세계 16개국에서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매료시킨 프랑스 뮤지컬의 자존심답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겸비한 작품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02) 541-2614



입력시간 : 2007/02/01 14:51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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