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자>
‘삼세번’이라는 말은 어떤 일이든 세 번째엔 양상이 달라진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기에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좋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연예계에도 이는 해당된다. ‘3연타석 홈런도, 3연타석 삼진도 없다’는 통설이 거의 맞아 떨어지곤 한다.

드라마와 영화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세 번 연달아 성공하기도, 세 번 연이어 실패하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연이은 성공이 자만과 나태를 불러 세 번째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이어지고, 연속된 실패가 독기를 유발해 성공을 이끌어낸 사례들이 연예계엔 꽤 많다. 두 차례의 실패 이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친구>로 각각 대박 흥행을 이뤄낸 박찬욱 감독과 곽경택 감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방송가에도 이 같은 ‘삼세번의 통설’에 들어 맞는 사례가 연달아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S 2TV 주말극 와 MBC 일일극 는 ‘삼세번의 통설’이 어떻게 작용할지 여부를 놓고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는데 여지 없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는 KBS 2TV <애정의 조건>과 <장밋빛 인생>으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날린 김종창 PD의 작품이다. 김종창 PD는 <애정의 조건>을 통해 한가인을 톱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장밋빛 인생>을 통해 최진실의 부활을 지원하는 등 여배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흥행 마법사’로 각광을 받은 연출자다. 에서도 신예 윤정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3연속으로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추구했다.

또한 KBS 2TV 주말극은 <슬픔이여 안녕>과 <소문난 칠공주>로 2연속 대박을 기록했기에 는 연출자와 방송 시간대에서 ‘삼세번’이 겹치는 작품이었다. 방영 1개월에 접어들고 있는 는 통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방영 첫 주 40% 시청률을 넘긴 전작인 <소문난 칠공주>의 후광 효과 덕분에 20%대 중반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2주차에 접어들면서 10%대 중반으로 주저 앉았다. 줄곧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경쟁 드라마인 MBC <누나>에게 시간대 왕좌를 넘겨주기까지 했다.

의 부진에 대해선 제작진의 ‘매너리즘’에 대한 지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종창 PD는 불륜과 여성문제를 가족애로 녹여 내는 탁월한 재주를 지닌 연출자다. 에서 역시 여주인공 윤정희를 둘러싸고 남편의 외도와 가족 간의 갈등으로 서두를 열어갔지만 이전 작품들의 재판이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윤정희의 서툰 연기가 시청자로 하여금 작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김종창 PD는 여주인공을 부각시키는 데 일견을 지녔지만 방영 초반부 윤정희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는 2연속 참패를 맛본 MBC 일일극의 부활의 기치를 든 작품이다. 최진실, 이재룡, 성현아 등 쟁쟁한 연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불륜 소재를 동원해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 MBC 일일극은 1년 이상 KBS의 경쟁작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률도 한자릿수 또는 10%대 초반에 머물곤 했다. 는 10%대 후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일일극의 입지를 서서히 넓히고 있다.

예전 작품들의 부진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초반 가족 시청자 시간대에 어울리지 않는 자극적인 내용들로 거센 시청자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서서히 안정을 찾은 이후에 더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SBS <하늘이시여>와 <소문난 칠공주> 등이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시청자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인기 만큼은 비난에 반비례해 치솟았던 전례를 생각하면 는 비난을 더욱 반가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세번의 통설’은 그다지 확고한 근거를 지녔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사례들을 쫓아 보면 대체로 일치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연속 성공을 맞본 인물이 나태해지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김종창 PD의 경우 1년 가까운 기획 및 준비 과정을 거쳤고 캐스팅에도 남다른 정성을 쏟았다.

결코 자만하거나 나태해져서 방송 초반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통설화 되고 있는 점은 연예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세번’이 연예계에도 고스란히 해당되고 있는 점은 분명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사족으로 와 는 제목의 형식이 유사하다. 그러나 받아 쥐고 있는 성적표는 제목과 반대 양상인 점도 은근히 재미있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