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 고깃국이 이 정도는 돼야지"

설렁탕이나 도가니탕 집에 가면 더러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늘 국물이 왜 이렇지?’, ‘국물이 예전보다 더 묽어진 것 같아’.

하지만 경기 양평 남한강변에 자리잡은 양평리버타운에 가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설렁탕 국물이 어쩜 이렇게 진할 수 있지?” “도가니탕 국물에 우유라도 탄 거 아니야?”. 이 집 곰국의 국물은 진국이기 때문이다.

원래 곰국 국물이 진하기로 이름났던 이 집도 물론 전에는 다른 집과 비슷한 얘기를 듣곤 했다. ‘평소 괜찮더니만 오늘은 국물 맛이 왜 연하지?’란 푸념 말이다. 당시 이 얘기를 들은 주인 이원기 씨는 ‘왜 그럴까’ 고민에 빠졌다.

설렁탕이나 도가니탕용 곰국을 끓이다 보면 증발되는 수증기 양이 엄청나다. 솥에 갖은 소뼈를 넣고 물을 부은 뒤 12시간 이상을 끓이는데 나중에 보면 국의 양이 절반 이상 줄어들기 마련이다. 워낙 센 불 탓에 수증기로 날아가 버린 탓이다.

불이 셀 경우 심하게는 원래 부은 물의 20~30%만 남아 있을 때도 있다. 물론 그만큼 국물은 진하다. 하지만 별로 남지 않은 국물만 팔다가는 어느 가게건 문 닫을 수밖에. 당연히 물을 더 부어줘야만 된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 과정에서다. 물을 말 그대로 적당히 붓게 되면 진한 맛이 남아 있지만 조금만 넘어가면 묽어지게 마련이다. 또 그릇의 양이 적어진다고 물을 더 붓고 싶은 유혹까지도 생긴다.

그리고 곰국 한나절을 끓이고 나면 실내에는 구수한 냄새가 듬뿍 배어난다. 향기만 맡아도 진한 맛이 느껴지지만 사실 알고 보면 모두 국물에서 빠져 나오는 것. 어떻게 하면 향과 맛을 담고 빠져나가는 수증기를 줄일 수 없을까 고심하던 주인 이 씨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바로 증발하는 수증기를 다시 국물로 흡수해 내는 기술이다. 그래서 이 집 솥은 표면이 2중인 뚜껑이 덮여져 있다. 그리고 뚜껑 안에는 차가운 물이 항시 공급된다. 솥 안에서 팔팔 끓어 떠오르는 수증기가 뚜껑 안쪽면의 냉기에 부딪히면서 다시 이슬로 응축되는 원리다. 이슬은 다시 솥 안으로 떨어져 진국으로 도로 탈바꿈한다.

때문에 이 집 국물은 진하기도 하지만 농도가 항상 일정하다. 뼈에서 우러난 국물이 자연스럽게 뽀얀 우윳빛을 띠고 있다는 것도 남다른 점. 흔히 아이들은 곰국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에 오면 예외다. 입구에서 아이들이 냉동 팩에 담아 파는 국물을 보며 ‘우유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도 곧잘 보인다.

무엇보다 이 집 곰국 물은 지하 800m의 암반수에서 끌어 올린 게르마늄 생수를 사용한다.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해 주말이면 물을 떠가려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줄을 설 만큼 약수터로도 유명하다. 추를 이용해 수맥을 판단하는 것으로 이름난 임응승 신부가 ‘좋은 물이 나올 곳’이라고 짚어준 곳으로 15년째 무료로 약수를 개방하고 있다.

그리고 솥뚜껑 안에서 가열된 물은 뜨겁게 데워져 모두 목욕 온수로 제공된다. 차가운 물이 공급되면 대류 현상에 의해 위로 올라가 일정 온도를 넘어서면 배출되도록 한 원리다. 이 씨는 이 뚜껑 기술을 특허출원했다.

메뉴 설렁탕 5,000원, 곰국에 우거지가 듬뿍 들어간 우거지탕 7,000원, 왕만두 5,000원, 도가니탕 1만원, 도가니가 푸짐하다. 냉동시킨 곰국(400g)은 한 팩에 2,000원.

찾아가는 길 서울 팔당대교에서 신도로로 양평 방향으로 가다 신양평대교 건너 우측으로 4km 남한강변. (031)772-2222, 775-6600


글ㆍ사진 양평=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