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열매, 분재·과실주에 재격

이내 봄이 올 것이고 그 봄이 무르익을 즈음 나뭇가지에 화사한 아그배나무 꽃들이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계절이 가고 있건만 아직도 미련 많은 지난 계절의 열매들이 남아 무채색의 겨울에 색깔을 준다.

아그배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나무이다. 키는 작지도 크지도 않게 자란다. 황해도아래 지역 산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막상 산에서 아그배나무 만나기란 쉽지 않다. 숲이 우거져 쫓겨가는 탓도 있을 듯 하다. 그래서 아그배나무는 숲보다는 꽃이 고와 혹은 열매가 좋아 집가에 심어 놓은 나무 보는 일이 더 많다.

잔가지는 다소 보리빛을 띄고 있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평범한 타원형으로 손가락 길이쯤 되고 잎 가장자리에는 아주 작은 톱니가 나있다. 꽃은 봄이 한창인 5월에 핀다. 꽃잎도 꽃받침도 모두 다섯장인 사과꽃같은 이 꽃들은 분홍빛을 띄며 봉오리를 맺었다가 점차 흰빛으로 환하게 피므로 활찍 핀 아그배나무 한 그루 만나면 마음까지 밝아 진다.

아그배나무는 꽃도 좋지만 가을에 풍성하게 달리는 열매 역시 아주 보기 좋다. 열매는 마치 버찌처럼 긴 열매자루에 둥근열매가 달리는데 가을이면 나무 하나 가득 매어 달린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다. 열매의 색깔은 앵두처럼 붉기도 또는 병아리처럼 노란 열매가 달리기도 하는데 빨간 열매를 따서 심는다고 모두 ??은 열매가 익는 나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아그배나무의 열매는 보기에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하나 따서 먹어 보면 그리 새콤하지도 달콤하지도 않고 또 열매속에 과육은 너무 적고 씨가 큰 까닭에 과실로 그냥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듯 싶지만 이 열매를 과실주는 술 빛괴 향기가 그윽하고 좋은 과실주에 든다고 한다.

아그배나무라는 독특한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으까? 추측을 해보면 역시 이 열매 때문인데 분류학적으로야 배나무 보다는 사과나무와 더 가까운 사이지만 열매가 달린 모습이 돌배나무와 비슷하여 이기 배에서 아그배나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고 생각하는 아그배나무의 동그란 열매가 더욱 귀엽고 사랑스러워 지는 듯 하다.

아그배나무는 이 작고 앙증스러운 열매 덕분에 분재의 소재로도 인기가 있다. 목재로의 가치를 살펴 보면 무겁고 단단하여 잘 갈라지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본디 크고 굵게 자라는 나무는 아닌지라 본격적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각종 농기구의 자루, 작은 기구나 가구를 만드는데 이용한다고 한다.

또 수피에는 황색염료를 가지고 있어서 면을 황색으로 물들이는데도 이용한다. 예전에는 사과나무의 대목으로도 이용을 많이 하였는데 요즈음이야 자연생 나무를 구경하는 일도 수월치 않으니 이 또한 주요한 쓰임새는 될 수 없을듯 하다.

사실 정원에서도 야생의 아그배나무를 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정원용으로 개발한 여러 왜성 아그배나무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꽃아그배나무라는 한 이름으로 부르지만 여러 가지 조경수 품종들이 들어와 서로 조금씩 다른 꽃색과 열매의 모양, 크기들을 가지고 있다. 이젠 이런 품종도 정확이 구분하여 알고 관리하는 일이 필요한 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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