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2007년 초반 국내 방송가가 표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CF, 뮤직 비디오 등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영상물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표절 논란이 불거지며 새롭고 신선함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독창적인 창작력의 빈곤에서 비롯된 표절 논란은 국내 영상산업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2007년 초반 방송가를 얼룩지게 하는 표절 시비의 스타트는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가 끊었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출연한 KTF CF가 미국의 여성 그룹 푸스캣돌스의 (Buttons) 뮤직 비디오와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CF에서 문근영이 직접 부른 노래 또한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와 유사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뒤이어 지난 1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미니시리즈 <외과 의사 봉달희>는 미국의 인기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인물 관계 및 상황 설정 등에서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드라마들의 표절 논란은 쉴 새 없이 불거졌다. <외과 의사 봉달희>와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미니시리즈 <달자의 봄>은 일본 드라마 <아네고>와 비슷하다는 의심을 받았고 KBS 2TV 미니시리즈 <꽃피는 봄이 오면> 또한 일부 장면이 미국 영화 <금발이 너무해>와 닮았다는 네티즌의 지적으로 인해 제작진이 나서 해명을 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들 작품처럼 캐릭터나 상황 설정의 유사성 시비가 공론화된 작품을 제외하고도 상당수 드라마들이 예전에 방영된 작품과 비슷한 점에 대한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엔 일부 오락 프로그램도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파일럿 프로그램 형식으로 선보인 SBS <요! 주의사항>은 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의 포맷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위기탈출 넘버원> 제작진은 <요! 주의사항>의 아이템 도용을 주장하며 정식으로 항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TV를 통해 소개되는 영상물 전반에 걸쳐 표절과 도용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방송가의 추세 탓이 크다.

소재의 빈곤과 아이템 발굴 노력 부족이 악순환을 형성하며 기존 아이템의 재활용 추세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방송 중이거나 방송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중에는 MBC <하얀거탑> SBS <연인이여> 등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도 상당수 있다. 오락 프로그램 중에 일본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용한 코너가 상당히 많이 존재하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표절 시비에 대한 모호한 판정 기준은 제작진으로 하여금 큰 부담 없이 다른 프로그램을 차용하도록 부추기는 면이 없지 않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영상제작물에는 극본, 연출, 연기자를 포함해 화면, 대사 등이 만들어지는 상황까지 저작권 침해의 항목’이라고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따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포맷에 대한 부분은 방송의 세부 사항이 아닌 큰 흐름이기 때문에 저작권으로 보지 않는 추세인 점 또한 자연스럽게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시청자의 냉정한 평가가 표절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기본적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에 우선을 두고 평가하기에 표절 논란은 잠시 불거졌다가 사라지는 사례가 빈번했다. 물론 90년대 중반 MBC 미니시리즈 <청춘>이 일본 드라마의 표절 논란에 휩싸인 끝에 5회 방영 만에 종영한 적도 있지만 극히 드문 사례에 불과하다.

2007년 초반 방송가를 얼룩지게 하는 표절 논란이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그쳐선 곤란하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창적인 아이템을 찾으려 노력하는 제작진의 건전한 자세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