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정 전 KBS 아나운서
스타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을 둘러싸고 방송가의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11월 가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연예 기획사 DY엔터테인먼트에게서 수억원대의 몸값을 받고 스카우트되면서 비롯된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 논란이 최근 김성주 MBC 아나운서의 사직서 제출로 다시금 불거졌다.

2006 독일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캐스터를 맡아 스타덤에 오른 김성주 아나운서는 월드컵 직후 <일요일 일요일 밤에> <불만제로> 등 주요 프로그램의 MC로 낙점되며 간판 대접을 톡톡히 받았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남짓 지난 시점에서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하고 싶다는 욕심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MBC가 보여준 적극적인 후원을 감안하면 다소 이른 프리랜서 선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강수정 아나운서와 김성주 아나운서는 방송사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최근 2, 3년 사이 급격하게 스타 아나운서로 부각됐다는 공통점을 지닌 인물들. 물론 개인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지녔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음을 부인할 순 없겠지만 이들이 위상을 높이는 과정엔 방송사에서 중요 프로그램 진행을 연달아 맡기는 등 의도적으로 스타로 키워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스타 아나운서로 떠오름과 동시에 방송사를 떠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강수정 아나운서와 김성주 아나운서 외에도 몇몇 인기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 선언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돈과 인기를 좇는 풍토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방송사들이 지나치게 몇몇 아나운서에게 편중된 지원을 보내온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선 젊은 스타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와 달리 프리랜서에겐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해야 하는 점은 물론이고, 양성 과정에 투입된 기회 비용은 더욱 큰 손실이 된다. 그런 점에서 방송사 입장에서 이들에게 느끼는 ‘괘씸함’ 또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KBS 아나운서협회가 강수정 아나운서 프리랜서 선언 당시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KBS 출연 금지 방안’을 제기한 바 있다. MBC 또한 김성주 아나운서의 사직서가 수리되는 시점에 새로운 아나운서 규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새로운 규약에도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출연 제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경환 MBC 아나운서 국장은 “오랜 기간 큰 공을 들여 키운 인력이 방송사를 떠나는 자체가 엄청난 손실이다. 그런 사람들을 다시 큰 돈을 줘가며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수 인력 양성의 기본적인 방향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 선언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되는 배경엔 방송사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강수정 아나운서는 KBS 소속일 당시 4개 오락 프로그램과 1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단 하루도 쉬기 힘든 일정을 보냈다. 그 와중에 일반적인 아나운서 업무도 봐야 했다. 그렇지만 보수는 다른 아나운서와 똑같기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좀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전문 분야를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강수정 아나운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해 역량을 키우기 위한 욕심에 프리랜서를 선언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주 아나운서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방송사가 지나치게 스타 아나운서에 편중하고 의존해 이들을 방송사 밖으로 내몰았다는 지적도 일견 타당하게 들릴 수 있는 현실이다.

스타 아나운서들의 연이은 프리랜서 선언은 아나운서의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나운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강재형 신임 한국아나운서연합회장은 “아나운서는 TV가 처음 탄생할 때부터 생겨난 직종이다. 이제 근본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탐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젊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의 유혹에서 고민하는 배경엔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근본을 찾고 전문성을 확보해 외부적인 요인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주 전 MBC 아나운서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