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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쥐똥나무
도심의 봄 알려주는 연둣빛 잎새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졌다. 이상 기온이라 할 정도로 따뜻했던 지난 2월의 날씨 때문에 남녘에서 꽃소식이 서둘러 달려오고 가지마다 움트던 연둣빛 기운들이 넘쳐났는데, 어김 없이 찾아온 모진 꽃샘추위에 어린 잎과 꽃들이 놀라지나 않았는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중에서 이상스레 쥐똥나무 어린 싹이 유난히 마음에 걸린다. 지난주만 해도 아파트 담장 밑에 얼기설기 얽힌 가지들에 가득 돋아난 깨끗하고 맑은 새 잎들이 참으로 고와서 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면 쥐똥나무는 예쁜나무다. 톱니 하나 없이 동그랗고 길쭉한 채 여러 가지 크기로 자유롭게 달리는 잎이 앙증스럽고, 우윳빛 작은 꽃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하고 청량한 내음도 보는 이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그런데 많이 사람들이 이 나무에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름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사람은 그 이름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식물들도 이름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과 대접을 다르게 받는가 보다.

왜 하필이면 쥐똥나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이는 가을에 줄기에 달리는 둥근 열매의 색이나 모양이 정말 쥐똥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남정실 또는 백당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고 부른다. 처음 들을 땐 어색하기도 하지만 곰곰이 곱씹어보면 좋은 이름인 듯싶다.

오래 전부터 불러오던 이름을 그냥 계속해서 쓰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듣기에 껄끄러운 이름은 과감히 새로 바꾸는 것이 좋은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하기야 북한에서는 이 쥐똥 같은 열매를 덕어서 차 대용으로 쓴다고 하니 마시는 차에 쥐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입맛이 씁쓸하지나 않을까.

쥐똥나무는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낙엽이 지는 작은 키 나무다. 도심에서 워낙 흔히 보는 나무인지라 숲가에서 만나면 오히려 반가울 정도이다. 어쨌든 이 땅에서 스스럼없이 자라는 우리의 나무임에는 틀림없다.

쥐똥나무는 회백색의 가는 줄기를 여러 개 올려 보내고 다시 여러 개의 잔가지들이 갈린다. 이렇게 생겨난 잔가지의 마디마디에는 길쭉한 타원형의 잎새들이 두 개씩 마주보며 달린다.

대개 잎의 길이는 2cm정도이지만 가지 끝의 커다란 잎은 5cm까지 자라기도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 피어나는 쥐똥나무의 유백색 꽃송이는 나무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정말 아름답고 향기롭다.

도시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나무가 이처럼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아주 드문 것을 보면 사람들이 쥐똥나무들에게 얼마나 무신경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의 발을 붙잡을 수 있을 만큼 진한 향기를 풍기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우리들의 무감각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 동그란 열매가 달리는데 가을이 되면 검게 익기 시작한다. 까만 열매의 일부는 잎이 모두 지고 앙상한 마른 가지 위에 매달린 채 겨울을 나기도 한다.

쥐똥나무의 가장 큰 용도는 생울타리이다. 도심의 공원이나 도로변에서 만나는 생울타리는 대부분 쥐똥나무로 되어 있다.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고 전정이 아주 쉬워 네모 반듯하게 가지를 잘라 놓으면 그대로 나즈막한 푸른 나무 벽을 만들곤 한다.

쥐똥나무는 대개 중부 지방에서 자생하지만 평안도나 함경도에서도 심고 있으니 추위에 강한 편임을 알 수 있다. 혼탁한 서울의 대기 속에서도 매년 봄이 오면 파릇한 잎새를 싱그럽게 내놓으니 공해에 강하다.

그뿐이랴. 심한 병에 걸린 쥐똥나무를 본 기억이 없고 그 나무를 키우다가 죽였다는 이를 아직 보지 못했으니 얼마나 키우기 편안한 나무인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쥐똥나무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너무 까다롭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입력시간 : 2007/03/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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