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제국’이 방송사를 습격한다?

역대 최강의 ‘MC군단’이 탄생해 지상파 방송 3사와 힘겨루기를 벌일 전망이다.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이혁재 등 국내 정상급 MC들이 한데 뭉쳐 방송사를 위협할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예 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일 자회사 도너츠미디어(구 팝콘필름)를 통해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강호동, 이혁재, 박경림, 강수정, 신정환, 노홍철 등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팬텀엔터테인먼트와 DY엔터테인먼트는 MC의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연예 기획사이면서도 오락 프로그램 외주제작에도 활발하게 참여해왔다. 합병을 통해 스타 MC를 대거 확보하게 되면서 외주 제작 등 오락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놓고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방송사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팬텀엔터테인먼트가 확보한 막강 MC군단은 ‘MC제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향후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방송사의 대결 구도는 마치 영화 <스타워즈> 6부작을 연상케 하는 공격과 반격 그리고 역습으로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팬텀엔터테인먼트(DY엔터테인먼트 포함) 소속 MC들이 진행하는 방송 3사의 오락 프로그램의 면면을 살펴보면 향후 대결 양상을 전망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제외한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 순위를 살펴보면 20위권 프로그램 중에 팬텀엔터테인먼트 소속 MC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14개다. MBC <황금어장>(강호동, 신정환), SBS <뉴X맨>(유재석, 강호동), <헤이헤이헤이 시즌2>(신동엽), <있다? 없다!>(신동엽), <놀라운 대회 스타킹>(김용만) 등은 스타 MC를 앞세워 팬텀엔터테인먼트와 DY엔터테인먼트가 외주 제작사로 참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팬텀엔터테인먼트는 향후 막강한 MC 자원을 바탕으로 외주 제작에도 더욱 활발하게 참여하며 오락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할 계획이기에 방송사와의 대립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팬텀엔터테인먼트는 프로그램에서 ‘MC 철수’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기에 방송사와의 대립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등이 출연 중인 오락 프로그램에서 철수하는 것은 자칫 프로그램 자체 존폐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더없이 강력한 무기다.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방송 3사 간 힘겨루기가 시작되면 가장 힘겨운 싸움을 벌일 방송사는 MBC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MBC가 ‘오락 프로그램 강자’로 부상한 배경엔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등 팬텀엔터테인먼트와 DY엔터테인먼트 소속 MC들이 <무한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 <황금어장> 등 최근 인기를 주도하는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MC를 앞세운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입김은 자칫 방송사로부터 제작의 주도권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SBS 또한 비슷한 현실이다.

<뉴X맨>, <헤이헤이헤이 시즌2>, <야심만만> 등 간판 오락 프로그램이 팬텀엔터테인먼트와 DY엔터테인먼트 소속 MC에게 장악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만이 비교적 영향력을 적게 받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에 대해 MBC 예능국 관계자는 “기획사 측에서 당장 무리한 요구를 해오진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은 방송사와 기획사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조율해야 한다. 만약 무리한 요구가 있다면 방송사는 새로운 MC 발굴과 프로그램 수정을 통해 자율성을 찾아 가겠다”고 말했다.

과거 방송3사는 방송 제작 환경을 주도했다. 연예 기획사는 자사 연예인을 출연시키기 위해 거대 방송사 앞에 몸을 낮춰야 했다. 그러나 환경은 급변했다. 거대 연예 기획사는 이제 스타급 연예인을 앞세워 방송사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등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방송가는 스타 MC군단과 방송 3사의 주도권 싸움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