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자
안방극장의 가족상은 비정상이 정상이다?

드라마 속 가족상이 극심한 왜곡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불륜과 이혼 등 부정적인 가족사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 최근 들어선 이를 넘어 가족 자체의 모습 또한 비정상적인 형태를 강하게 띄고 있다.

KBS 2TV 주말극 <>의 경우엔 아버지가 버젓이 두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고, MBC 일일극 <>에선 남편이 부인과 내연녀 사이를 오가며 애정행각을 벌인다.

물론 내연녀는 남편과 자녀가 있는 유부녀다. 3월 초 종영한 MBC 아침 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선 이혼한 남편이 전 부인의 재혼을 방해하기 위해 갖은 공작을 펼치는 모습으로 흥미를 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SBS 수목 미니시리즈 <외과의사 봉달희>의 주인공은 입양된 뒤 버림 받은 전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의 가족상에서 계모나 입양아는 기본적으로 등장한다. 따뜻한 가족애를 주제로 하는 KBS 1TV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의 경우엔 계모와 입양아가 동시에 등장하며 3대가 모두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MBC 주말극 <누나>도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이복자매가 생겨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나마 <하늘만큼 땅만큼>의 가족의 모습이 최근 드라마의 경향에 비춰보면 정상적으로 보여진다. 대부분 드라마가 왜곡된 가족 구도를 그리고 있어 가족상에 대한 본질을 해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왜곡된 가족상은 가족 시청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른바 홈 드라마를 표방하는 <>, <>, <하늘만큼 땅만큼>, <문희> 등은 비틀어진 가족상을 통해 가족애를 강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교적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MBC 주말극 <누나>조차 계모와 혼전 출산, 존속 사기 등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가족 행태를 보여줬다. 이들 드라마는 지나치게 왜곡된 가족상이라는 수단에 집중하는 탓에 근본적인 목적인 가족애가 흐려지는 본말전도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 연출자인 김종창 PD는 “결손 가정에서 형성되는 가족 간의 우애와 사랑으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하고자 한다”고 극중 가족 구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방영 중반에 접어들도록 가족애에 대한 부분은 미미하게 그려지고 있다. 오히려 불륜과 이를 둘러싼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등이 강조되며 왜곡된 가족상 자체를 조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가족 구도를 비트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져서 작품에 대한 몰입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겨나기도 한다. 실제로 <>와 <하늘만큼 땅만큼>의 시청자 게시판엔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궁금증해 하는 시청자 의견이 상당수 눈에 띄고 있다.

기본 구조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에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건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왜곡된 가족상은 최근 들어 급격히 주류로 자리잡아 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인기를 누린 대표적인 홈 드라마인 KBS 2TV <소문난 칠공주>, SBS <하늘이시여>, KBS 1TV <별난 여자 별난 남자> 등은 가족상을 비틀어 톡톡히 재미를 본 케이스다. 비난도 받았지만 인기는 이와 반비례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가족상에서는 흥미를 추구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정운현 MBC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관계자들은 시청자가 원하는 걸 추구할 수밖에 없다. 결과가 말해 주듯 시청자들은 다소 비정상적인 상황을 선호한다. 다만 그 속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아 전달하는 게 제작진의 숙제다”라고 말했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