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 다큐 형식으로 방송… 선정성 등은 문제

tvN <리얼스토리 묘>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신선함과 선정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고 있다. 최근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 중인 자체 제작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기발하다 싶을 정도로 특이한 소재들을 발굴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합오락채널 tvN의 <리얼스토리 묘>와 <현장르포 스캔들>, 다큐멘터리채널 Q채널의 <리얼 다큐 천일야화>, 음악채널 Mnet의 <추적 X-Boyfriend> 등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좇으며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노래방 도우미 알선업체 잠입 취재, 키스 아르바이트 체험 취재, 인형방의 유사 성행위 현장 잠입 취재 등 지상파 방송이 다루지 않은 색다른 아이템에 접근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한 소재들을 적절한 자극성 요소를 가미해 프로그램으로 다뤄 시청자의 반응 또한 뜨겁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에만 집중한 나머지 선정성에 대한 지적에 직면하기도 한다. 새로운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지상파와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케이블 채널의 전반적인 인식을 선정성과 자극성에 머무르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대표주자는 <리얼스토리 묘(猫)>다. 지난해 10월 tvN 개국과 동시에 방영된 <리얼스토리 묘>는 ‘성역 없는 아이템’을 모토로 내걸고 각종 사회 문제를 파헤쳤다.

고양이의 호기심 많은 시선으로 접근한다는 의미에서 제목에 ‘묘(猫)’라는 글자를 붙였고 고양이 이미지가 느껴지면서도 지적인 외모를 지닌 인기 그룹 클래지콰이의 호란이 진행을 맡았다. 대학가의 동거 유행, 패밀리 레스트랑의 섹시 마케팅 바람, 여성 전용 애무방 등 파격적인 소재를 색다른 관점으로 다뤄 관심을 모았다.

<리얼다큐 천일야화>도 비슷한 형식이다.

애인대행업, 누드모델 등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배우 독고영재가 진행하는 <현장르포 스캔들>은 시청자의 의뢰를 받아 가족의 불륜 현장을 포착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거실에 설치한 몰래 카메라, 집 밖의 망원렌즈 카메라 등을 통해 불륜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 변조 등으로 실제 상황을 추적하는 듯한 영상으로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재연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의뢰자의 사연을 재구성한 ‘페이크 다큐’다.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추적 X-Boyfriend>는 시청자의 사연을 접수해 헤어진 옛 연인을 찾아 재회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연인 관계 복원까지 추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헤어진 연인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추적하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지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지적도 종종 제기되고 있다.

이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청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점에서 일단 케이블 채널로서는 효자라 할 수 있다.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의 성공의 잣대로 여겨지는 시청률 1%를 거뜬히 넘어 높게는 3%까지 육박하고 있다. 채널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청률 이상의 반응 또한 얻고 있다. 프로그램 방송 후 방송사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 연예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이 다룬 소재에 대한 의견들이 대거 올라온다. 선정성에 대한 지적 의견도 있지만 상당 부분 자극성에 대한 호기심을 담은 의견이 주류다.

그러나 선정성의 함정은 이들 프로그램의 장래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선정성은 속성상 더욱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자극성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더욱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프로그램 제작진도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tvN의 관계자는 “일단 프로그램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초기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면에 다소 무게를 둔다. 그러나 일정한 궤도에 오른 뒤엔 조금씩 방향을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

진지한 사회 문제에 대한 접근에도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그렇지만 지상파와 차별성 유지가 절실한 점에서 어느 정도의 선정성은 필연적으로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