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여성 톱스타들의 자존심 대결이 2007년 봄 안방극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김희애, 고현정, 고소영, 최지우 등 90년대부터 연예계 톱스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여배우들이 속속 드라마에 복귀하는 가운데, 한가인, 이다해, 신민아, 공효진 등 신세대 스타들이 선배 톱스타들의 아성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언니 세력’과 ‘동생 군단’이 세대 간의 주도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언니 세력’의 스타트는 고현정이 끊었다. 고현정은 MBC 월화 미니시리즈 <히트>에서 열혈 여형사로 등장해 ‘언니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고현정은 예전에 볼 수 없던 거친 액션 연기에 몸을 던지며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김희애 역시 SBS 월화 미니시리즈 <내 남자의 여자>를 통해 기존의 기품 있는 이미지를 벗고 파격적인 노출도 불사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내 남자의 여자>는 김희애의 연기 변신만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고소영과 최지우 역시 모처럼 드라마에 출연해 빼어난 미모와 스타 파워를 과시할 전망이다. 고소영은 SBS 특별기획 <푸른 물고기>에서 청순가련형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톡톡 튀는 발랄한 여성 이미지가 강해 ‘여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고소영으로서는 연기 스타일의 변화가 적지 않게 느껴지는 캐릭터다.

최지우 또한 5월 방송 예정인 MBC 특별기획 <에어시티>를 통해 연기 변신을 추구한다.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에서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던 최지우는 <에어시티>에선 냉철한 행동파 여성을 연기한다. 어찌 보면 고소영과 최지우는 캐릭터를 맞바꾼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전반적으로 ‘언니 세력’의 안방극장 공략 코드는 ‘변신’으로 집약할 수 있다.

반면 ‘동생 군단’은 기존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언니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SBS 수목 미니시리즈 <마녀유희>의 한가인과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헬로 애기씨>의 이다해는 깜찍발랄한 신세대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유쾌하게 매혹시키고 있다. 결혼 2년째에 접어든 신세대 미시 한가인은 <마녀유희>에서 차갑고 이지적이지만 엉뚱한 행동과 사고방식으로 웃음을 전해준다.

이다해는 지난해 그녀를 스타덤에 올린 SBS 미니시리즈 <마이 걸>의 코믹 발랄한 캐릭터를 한층 발전시킨 모습으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짐 케리를 방불케 하는 표정 연기로 수시로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신민아와 공효진은 각각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 <마왕>과 MBC 수목 미니시리즈 <고맙습니다>의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내성적이면서 신비한 이미지를 지닌 신민아는 사이코메트리(사물을 통해 과거를 읽는 능력)를 지닌 여인으로 등장해 기존의 신비한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개성 강한 미모와 연기력의 소유자 공효진은 강한 생활력을 지닌 억척스러운 미혼모로 마니아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언니 세력’과 ‘동생 군단’은 밤 10시대 드라마라는 공통 분모 속에서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드라마 흥행의 계량화된 잣대인 시청률 성적으로는 20% 돌파를 앞두고 있는 <히트>의 고현정이 이끄는 ‘언니’가 다소 앞서는 분위기다.

방송을 앞두고 있는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와 <푸른 물고기>의 고소영, <에어시티>의 최지우 등도 고현정의 고군분투에 상당한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15%대를 유지하며 상승세를 노리는 <마녀유희>의 한가인과 <헬로 애기씨>의 이다해도 만만치 않다.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마왕>의 신민아와 <고맙습니다>의 공효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의 소유자다. 누구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경쟁 자체로도 상당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파릇파릇한 봄을 맞아 미녀 스타들이 브라운관을 무대로 대결을 펼치는 점에서 시청자는 즐겁기만 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드라마의 대세는 남성미였다. MBC <주몽>의 송일국과 <하얀거탑>의 김명민,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 등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들의 매력이 브라운관을 지배했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안방극장에선 미녀 스타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세대를 나눈 경쟁마저 펼치면서 말이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