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스릴러 영화… CIA 내부의 숨막히는 암투 속으로 '풍덩'

20세기 냉전 시대의 숨겨진 진실은? 과거를 통해 현실의 허를 찌르는 첩보 스릴러 영화 <굿 셰퍼드>는 장장 16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지는 로버트 드 니로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첩보 스릴러 하면 주인공의 화려한 액션과 활약이 영화의 주된 미덕으로 펼쳐지는 것이 보편적.

하지만 ‘굿 셰퍼드’는 이 공식을 살짝 뒤튼다. 정치적 관계 속에서의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며, 가족이란 무엇이며 진정한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1962년 전 세계를 3차 세계대전 위기의 공포로 몰아넣은 쿠바 미사일 사태와 54~74년까지 미국 CIA 첩보활동을 한 제임스 앤젤톤의 실존적 삶을 내세워 허구보다 숨막히는 암울한 현실의 비극을 조명했다. 그래서 영화의 색채는 무겁고 어둡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61년 4월 쿠바 반혁명군 침공작전에 실패한 미국 정부는 CIA 내부 첩자로 인해 정보가 유출됐음을 알게 된다.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대통령은 CIA에 내부 첩자를 비밀리에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베테랑 요원 에드워드 윌슨(맷 데이먼)에게 첩자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익명의 녹음 테이프과 흑백사진이 도착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첩보 스릴러인 만큼 인물 간의 갈등과 사회적 부조리가 빠질 수는 없다.

명석하고 냉철한 두뇌, 국가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지닌 CIA 요원 에드워드 윌슨이 일에서 성공할수록, 가족조차 불신하게 되고 주변의 희생을 불러온다는 것. 강한 남성이 되어 국가와 가정을 굳건히 지키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불행에 갇히게 되는 모순의 현실이 공감대를 자아내면서 영화가 마냥 허구 속 이야기로만 비춰지지는 않는다.

한 번 보아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지만,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한 흡입 요소가 풍부한 것이 강점. 무엇보다 아카데미가 인정한 연기파 배우와 제작진을 한 작품에서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굿 윌 헌팅>,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과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인 CIA 요원 부부 역할로 그들의 이름값을 해낸다. 또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에릭 로스가 각본을 맡고,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역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로버트 리차드슨, 앤 로스가 각각 촬영과 의상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연출, 연기, 시나리오가 모두 고른 수준에 올라있다는 점에서 흥행 잠재력이 크다. 게다가 2007년 제 57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예술공헌상 수상이 말해주는 ‘작품성’까지 갖춘, 드문 수작이다.

제목부터 곱씹어 볼 만하다. 왜 CIA첩보 영화에 느닷없이 ‘선한 목자’라는 제목이 붙여졌을까. “푸른 초장 맑은 물가로 어린 양을 인도하는 선한 목자”(성경 시편 23편)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속에 감춰진 메시지를 찾아보는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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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자 발표: 4월 16일(월)




배현정 기자 hjbae@hk.co.kr